[한경데스크] 문화그룹 CJ의 문화관 '유감'

입력 2015-09-16 18:21
수정 2015-09-17 13:44
백광엽 생활경제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문화는 CJ가 제일 잘하는 일입니다. 문화산업을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습니다.”

CJ그룹이 문화사업 진출 20주년을 맞아 이달 초 성대한 ‘미디어 세미나’를 열었다. 문화 관련 계열사 대표들이 총출동해 그간의 성과와 향후 비전을 풀어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이채욱 부회장은 “5년 내 매출을 네 배로 키워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문화계 최대 파워 기업의 행사답게 연예인도 다수 참석해 축하공연을 했다. CJ 산하 케이블방송의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로이킴도 출연했다. 사회를 맡은 개그우먼 박경림은 “CJ가 키운 ‘CJ의 아들’ 로이킴을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라고 소개했다. 촘촘한 CJ의 음악판 네트워크가 스타 등극에 큰 힘이 됐을 터이니, 대단한 과장은 아니다.

‘슈스케’ 로이킴은 CJ의 아들?

그러나 무대에 오른 로이킴은 대뜸 “제가 ‘CJ의 아들’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해 봐서 얼떨떨하六?rdquo;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자신의 성공을 실력과 노력이 아닌 ‘연줄’ 덕으로 폄하했다고 느낀 듯했다.

작은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CJ의 문화산업 독과점 논란과도 맥이 닿는다. ‘밉보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CJ는 수직·수평계열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로이킴처럼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CJ의 문화인프라와 콘텐츠 세례를 받는다. CJ가 만든 영화를 CJ CGV에서 본 뒤 케이블TV에서 다시 접하게 되는 식이다. 음악 드라마 공연 등도 비슷한 구조다. ‘갑질’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계열사 작품을 스크린에 몰아주다 과징금을 맞고, 영화제작에 돈을 넣은 뒤 7%의 선이자를 챙기며 투자 위험을 전가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랐다. ‘문화 융성’을 주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대기업의 방송시장 독과점과 문화산업 점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건 아마도 이런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미나에서 엿보인 CJ의 생각은 시장의 인식과 괴리가 있어 아쉬웠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문화 대기업 육성이 시급한데도 언론에는 독과점 등의 문제만 부각시키는 편향된 기사가 압도적”이라며 불만스러워 했다.

매출보다 가치 좇는 전환 필요

큰 시합일수록 스트라이커가 중요한 것처럼 글로벌 문화전쟁터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다만 단독플레이를 고집하는 스트라이커가 승부를 망치듯, 조화로운 문화 생태계를 외면한 콘텐츠산업의 지속 성장은 불가능하다. 노예의 생산력에 기반한 로마제국이 정작 노예가 급증하자 봉기가 잦아져 공화정의 몰락을 재촉한 것과 같은 이치다.

CJ는 척박한 토양에서 문화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늘도 드리웠다. 포퓰리즘과 결합한 좌파적 사고가 지금의 문화계 주류로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대중작품의 미적 가치는 그 시대에 맞는 도덕적 가치와도 결합해야 한다. 영화로 치면 재미(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의미(도덕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존중받는 ‘문화제국 CJ’를 꿈꾼다면 매출 못지않게 가치를 좇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백광엽 생활경제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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