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금체계 개편·해고요건 완화 안돼 부담만 커졌다"

입력 2015-09-15 18:00
노·사·정 대타협안 득실

'불만 가득한' 재계
파견기간 확대 등 반영 안돼…각종 비용 부담 늘어 '속앓이'

'얻을 것 얻은' 노동계
실업급여·산재보험 등 목표 달성…일반해고 협의 '시간벌기' 자평

'최대 수혜자' 정부
정부 주도로 대타협 이끌어 행정지침 마련 주도권 잡아


[ 강현우 / 백승현 기자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도출한 ‘노동개혁 합의’에서 정부와 노동계는 상당한 이득을 봤지만 경제계는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 확대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두 가지 핵심 의제를 정부 지침으로 마련하기로 하는 성과를 이뤘다. 장시간 근로 개선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 주요 대통령 국정과제까지 수행하게 돼 이번 노·사·정 합의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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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경제계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공론화했다는 것 외에는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15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노·사·정 합의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반해고 법제화 안돼”

노·사·정이 이번 합의에서 다루지 않은 안건들은 지난 4월 노·사·정이 초안을 마련했다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이탈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65개 사항을 기초로 해서 앞으로 논의한다. 경제계는 65개 사항 대부분이 불리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입법’ 초안을 기존 노·사·정 합의에 기초해 마련한 뒤 향후 협의에서 보강할 방침이다. 따라서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노동계는 현상 유지만 하면 되는 반면 경제계는 추가로 얻어내야 할 게 많다.

대표적인 의제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경제계는 노사가 합의해 통상임금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1988년 정한 통상임금 산정 지침에 기초해 노사 합의로 통상임금 범위를 정해 오다가 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대폭 확대된 만큼 기존 당사자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의 5대 입법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성’, ‘정기성·고정성·일률성’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준으로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다. 노동계는 임금 상승이란 성과를 얻는다. 정부도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잘못 만들었다는 굴레에서 벗어난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업 규모별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계는 유예 기간을 최소 6년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견·기간제도 한참 부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수단인 ‘파견·기간제 확대’도 경제계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경제계는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파견기간 제한(2년)도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노·사·정 합의는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대안 마련 후 국회에서 입법화한다’는 것으로 결론 났다. 경제계에선 “미국 일본 독일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파견과 기간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간을 벌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업급여·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 구축 부문에서 정부는 대통령 국정과제를 이행했고 노동계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반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주도권 지속

저(低)성과자에 대한 기업의 근로계약 해지(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기준을 정부 지침으로 마련하기로 한 것은 경제계에 다소 유리한 결과로 분석된다. 물론 법제화가 장기 과제로 미뤄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계는 그동안 이 두 가지 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노동계는 이 문제를 아예 다뤄선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양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제화가 안 된 부분은 아쉽지만 노동계가 논의조차 거부하던 핵심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에선 금속노조연맹·공공노조연맹 등 일부 조직에서 여전히 절대 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상당히 양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노사정위원회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노동개혁 논의를 본격 시작할 때부터 두 의제를 지침으로 제정할 것을 주장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노동개혁을 타결했다는 구색을 갖추면서 행정지침 마련 등 앞으로의 절차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강현우/백승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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