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진 대장, 생일 맞은 부하 장병에게 손 편지 쓴 '작은 거인'

입력 2015-09-14 18:24
육군3사관학교 출신 첫 합참의장 내정자 이순진 대장

'현장에 답이 있다' 지휘 철학

사단장 때 병사들에게 차 대접
공관병 놔두고 아내가 식사 준비


[ 최승욱 기자 ] 이순진 합참의장 내정자는 육군3사관학교 출신 중 처음으로 현역 군 서열 1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합참의장은 군의 정보·작전과 관련한 작전지휘권을 의미하는 ‘군령권’을 행사한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결심을 받아 육·해·공군의 작전을 지휘하고 감독한다.

3사관학교는 전문대 졸업자나 4년제 대학에서 2년 이상 수료한 남녀 후보생을 2년간 군사훈련 등을 통해 장교로 양성하는 세계 유일의 편입학 사관학교다. 1968년 개교한 뒤 그간 163명의 장군을 배출했다. 현재 3사 출신 장군은 3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확인 중시하는 ‘소통의 달인’

이 내정자는 1977년 소위로 임관한 뒤 체구는 작지만 강한 체력과 의지가 돋보여 주변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했다. 육군대학 전술학처 전술담임교관을 지내면서 통합 전투력 운용과 지상작전에 대한 전술적 식견도 갖췄다. 그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선후배와 동료 간부는 물론이고 병사들과도 소통을 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안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군인정신도 투철해 요직을 맡아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지휘철학에 따라 수시로 일선 부대를 찾아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부하들을 다그치기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준 ‘덕장’이기도 하다.

2사단장 재직 시절 눈을 치우는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차를 직접 탄 뒤 운동복 차림으로 건네줘 누군인지 몰라서 결례했다는 에피소드가 나올 정도로 소탈하다는 평이다. 실전적인 교육훈련에 매진하면서 상하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병영문화 정착에 중점을 두고 부대를 지휘해왔다.

2작전사령관에 취임한 이후 가끔 전속부관 없이 사무실을 돌며 야근 중인 간부들을 격려하고 생일을 맞은 부하 장병들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낼 정도로 자상한 스타일이다. 공관에서도 공관병에게는 전화 등 잡무만 맡기고 아내가 직접 식사를 챙기도록 했다. 소장 시절 3사 출신 동기생이 먼저 중장으로 진급했을 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을 정도로 자기절제력이 뛰어나다는 전언이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3사관학교에 들어간 이 내정자는 현역 대장 중에서 유일하게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육사 37기 대장 시대 열려

이번 인사로 육사 37기 대장 시대가 화려하게 시작됐다. 육사 37기 출신 중장 8명 가운데 김영식, 박찬주, 엄기학 등 3명이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육군의 1, 2, 3군사령관에 나란히 임명됐다. 이 중 박 중장은 기갑 출신 중 최초로 야전군 사령관이 됐다. 그간 육사 37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7)과 동기생이란 점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공군 참모총장 인사도 파격적이다. 정경두 신임 총장은 공사 30기로 육사 38기와 기수가 같다. 정 총장은 공사 29기 선배인 김정식 공군작전사령관, 박재복 공군사관학교장을 제치고 발탁됐다.

신임 군 수뇌부의 출신 지역을 보면 충남이 3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 2명, 대구와 경남 각각 1명이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