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합의안' 추인에도 야당 반대땐 통과 쉽지않아
노동개혁 법안 1차 관문
환노위 위원 면면 살펴보니
여당 노동전문가 1명뿐…대부분 초선·비례대표 의원
이완구, 정상적 의정활동 못해
노동전문가 2~3명 투입 검토…쟁점 적은 법안부터 처리
야당 6명이 노동전문가…금속·금융노조 출신 포진
'노동계 대모' 심상정 의원도
[ 유승호 기자 ]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1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추인됐다. 그러나 향후 협의 및 법제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1차 관문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의원 8 대 8 동수로 구성된 데다 소관 분야 경력과 전문성, 투쟁성에서 야당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화가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하는 등 ‘미봉’에 그친 배경은 이런 환노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환노위의 반대에 부딪힐 것을 우려해 민감한 사안은 ‘추후 협의한다’는 단서 조항만 남긴 채 넘어간 것이다. 정부가 강한 내용의 노동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환노위를 의식해 미리 ‘자기검열’을 거친 결과라는 지적이다. 환노위가 이렇게 구성된 데는 새누리당이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이른바 ‘물좋은’ 상임위원회 위주로 의원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웰빙당’ 소리를 듣는 이유다.
'야당 철옹성' 환노위…숫자 밀리고 전문성 떨어지는 여당 '쩔쩔'
정부와 새누리당은 14일 당정협의를 열고 일반해고와 임금체계 개편 두 사안을 제외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내용을 반영해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근로자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16일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한 고용보험법과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을 제외하고 환경노동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전문성 투쟁성 뛰어난 야당
국회 환노위에는 노동운동 현장과 관련 연구기관 등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야당 의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 위원장인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다. 같은 당의 은수미 의원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 정치에 입문한 노동문제 전문가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의원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근로자 위원을 지낸 노동현장 전문가다.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노동계의 대모’로 통한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과 우원식 의원도 노동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로 꼽힌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 11일 “정부 일방의 주장만을 담은 입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며 쉬운 해고, 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은 절대 다수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환노위 여당 의원들은 전문성과 현장 경험에서 야당 의원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사인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김용남 민현주 양창영 이완구 이자스민 주영순 최봉홍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 환노위 의원들이다. 이 중 노동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는 항운노조 위원장과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최 의원이 유일하다. 권 의원과 김 의원은 법조인, 민 의원은 여성문제 전문가, 양 의원과 주 의원은 기업체 대표 출신이다. 권 의원과 이완구 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이 초선이라는 것도 여당의 약점이다. 환노위원 8명 중 5명이 재선 이상인 야당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이완구 의원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환노위 여야 구성이 겉으로는 8 대 8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당이 7 대 8로 열세인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위원 2~3명을 사임시키고 이완영 의원 등 노동 문제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 2~3명을 환노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견 없는 쟁점부터 순차 처리
새누리당은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근로자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이 커 회기 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노·사·정 합의안은 고용의 질을 하향 평준화하는 내용이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해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은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비교적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기간을 확대하는 것이고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도 노사 간 이견이 큰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에 관한 내용은 이번 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파견근로자법과 기간제근로자법은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5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기보다 쟁점이 적은 것부터 차례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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