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파고드는 스마트TV
치열해지는 방송 생태계 주도권 다툼
유료 케이블방송·IPTV, 가입자 지키기 비상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통신업체와 분쟁 우려
[ 김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무료 방송 서비스에 나선 것은 고객 편의성을 높여 스마트TV 시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TV 제조사들은 기존에는 스마트TV의 경쟁력을 화질, 디자인 등이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TV 제조 1, 2위 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에 IPTV,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TV 판매를 좌우하는 양사의 무료 방송 서비스가 방송시장 진입 장벽을 급속히 허무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앞으로 망 중립성 등을 둘러싸고 TV 제조사와 통신방송업체 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TV 제조사, 무료 방송 서비스
LG전자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채널 플러스’는 실시간 방송 50개 채널을 보여준다. 관련 콘텐츠는 케이블방송업체 현대HCN의 자회사 에브리온TV가 공급한다. 기존 스마트TV에선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의 무료 동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실시간 무료 방송까지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TV의 단점으로 꼽히는 복잡한 리모컨 조작 절차도 단순화했다. 지금까지 스마트TV에서 무료 영상을 보려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필요한 콘텐츠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 채널 플러스는 앱을 한 번만 실행하면 50개 채널을 TV에 등록할 수 있어 일반 TV처럼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인 ‘TV 플러스’ 서비스는 실시간 방송은 아니지만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TV의 별도 채널처럼 시청할 수 있다. TV에 내장된 앱을 실행하면 500~600번대 번호에 관련 채널이 자동 등록된다. 광고 없이 해당 프로그램 시리즈만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CJ E&M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SNL 코리아6’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을 비롯해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별도 채널로 제공한다. EBS 수능특강 국어·영어·수학 방송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양사는 국내에서 무료 방송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고 앞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달리 관련 방송을 일반 TV 채널처럼 등록해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스마트TV를 진일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 등 공방 예상
케이블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업계는 삼성, LG의 무료방송 진출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무료 방송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유료 가입자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유료 방송 시청자가 매년 줄고 있다.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케이블방송 업체 관계자는 “지상파, 스포츠 등 핵심 콘텐츠가 빠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계 1, 2위 TV 제조사인 삼성과 LG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트래픽 유발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2012년 삼성전자가 스마트TV를 내놓자 과도한 통신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관련 서비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업체가 특정 콘텐츠 업체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관련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IPTV업체 관계자는 “삼성, LG의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할지 몰라 망 중립성 문제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방치하면 전체 통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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