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생산 호전…투자는 악화
핵심지표인 소매판매 예상치 웃돌아…"고무적"
씨티 "2년 내 중국발 글로벌 침체 가능성 55%"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지난달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꺼내들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중국의 실물경기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는 비관론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실물경기 선행지표 격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까지 8월 들어 3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하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은 중국의 8월 생산·소비·투자지표에 쏠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3일 발표한 중국의 실물경기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였다. 소비와 생산은 전달보다 회복됐지만 고정자산투자는 오히려 악화됐다. 중국 경기 전망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소비·생산 소폭 개선, 투자는 악화일로
중국의 실물경기는 올 들어 줄곧 악화일로를 걷다 6월 들어 미약하게나마 반등 조짐을 보였다. 5월 전년 동월 대비 10.1%였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6월 10.6%로 반등한 데다 산업 暈?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6.1%에서 6.8%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증가세가 다시 꺾였다. 소매판매 증가율과 산업생산 증가율이 각각 10.5%, 6.0%로 둔화됐다.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6월 중순을 고점으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8월 실물경기 지표 역시 7월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8월까지 이어진 상하이증시 급락이 실물경기에도 타격을 줬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우려에 비춰보면 8월 실물경기지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 실물경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혔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문가들의 예상치(10.5%)를 웃도는 10.8%로 올라선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실물경기 회복세로 보긴 시기상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그러나 8월 지표를 놓고 중국 실물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놨다. 무엇보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과 부동산개발투자 증가율이 여전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고정자산투자증가율(연초 대비 누적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0.9%로 전달(11.2%)보다 악화됐고, 부동산개발 투자 증가율도 1월 10.4%였으나 8월에는 3.5%로 추락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책을 발표하고, 각종 인프라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뷜렘 뷔터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이 2년 안에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55%로 관 便홱?rdquo;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중국 상하이증시 급락과 글로벌자금의 중국 이탈 등을 거론하며 “중국 금융시장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호주계 투자은행 ANZ도 “중국 경제성장률은 3분기 6.4%, 4분기 6.8%로 모두 7%를 밑돌 것”이라며 “보다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올해 7%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