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감 한 방'의 유혹

입력 2015-09-13 18:16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위해 폭로전 난무하는 국정감사
인기와 홍보만 의식한 행위, 국회 전체 신뢰 떨어뜨려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19대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문제점을 하나라도 더 파헤치기 위해 보좌진과 밤을 새운다. 정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주말에도 의원실을 돌며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아무리 국감을 열심히 준비해도, 언론이 받아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각 정당에서는 언론 매체 게재 횟수를 의원의 국감 성적표를 매기는 기준으로 삼는다.

평범한 기사보다는 흥미롭고, 자극적인 기사를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게 사람 심리다. 기자들은 독자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력한 ‘특종’을 다루려 한다. 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뭔가 ‘한 방’을 터뜨리고자 한다. 국감장에서 기상천외의 증거물이 제출되거나, 과장된 액션이 나타나는 것도 상당수는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홍보가 잘 돼야 인기를 유지하고, 향후 표로 연결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 한 방의 폭로가 정말 진실에 근거하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감에서 나온 많은 폭로는 사실과 다를 때가 많다. 또 국감 때만 반짝 문제 제기가 될 뿐,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방에 대한 유혹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된다.

한국에서 가장 불신받는 집단 중 하나가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모습을 대개 언론을 통해서 본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상당 부분 언론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로 국회의원의 좋은 모습은 별로 뉴스가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 실수하고, 비리에 연루된 것들이 뉴스가 된다.

최종 책임은 국회의원 본인에게 있다. 아무리 언론을 통해 한 방을 터뜨리고 싶은 유혹이 있어도 흔들려선 안 된다. 아무리 그 한 방으로 홍보 효과와 더불어 인기가 올라간다고 해도, 폭로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불체포 특권이 있다고 해도, 표가 급하다고 해도 소신을 굽혀선 안 된다.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는 공복(公僕)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방’의 유혹을 물리치고 있는 그대로 진리만을 말해야 한다.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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