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협동조합 민낯' 외면하는 정부

입력 2015-09-13 18:07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 노경목 기자 ] 한국경제신문 경찰팀 기자들은 지난 11일 밤 10시까지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에도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개점휴업 상태거나 활동이 미미하다’는 12일자 보도를 한경플러스(한국경제신문 디지털 프리미엄 서비스)로 미리 접한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정책 담당자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이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 지원은 기재부가 집행하는 30여억원에 불과하다”며 지원액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지적한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협동조합 325억원 지원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다른 정부기관은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의 협동조합 지원책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정부 담당자는 기사에 실명으로 나온 대학 교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등록된 협동조합의 10%만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다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 처리한 다단계 사기 등 ‘범죄형 협동조합’의 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공무원인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면 될 일인데도 해당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불만을 쏟아냈다. 협동조합들의 범행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나 일부는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했다.

이런 기재부 태도는 협동조합을 취재한 지난 2개월간의 모습과 정반대다. 기재부는 물론 협동조합 정책을 집행하는 사회적기업진흥원조차 취재 관련 요청을 말단 실무자 한 명에게 미루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발효된 뒤 2년9개월 동안 7759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갖가지 협동조합 지원책이 쏟아져 숫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부산에서는 “서민을 위한 협동조합에 투자하라”며 사기를 저지른 이들까지 나타났다.

기재부 담당자들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과 실제 현장은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 언제까지 “5년 내에 협동조합을 통해 고용 5만명을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꿈에 취해 있을 것인가.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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