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좀비 협동조합'] 협동조합 이름 내건 다단계 사기꾼들

입력 2015-09-11 18:00
수정 2015-09-14 11:33
설립장벽 낮아 범죄 늘어

고수익 미끼로 서민 유인
2만명 1000억 피해 사례도


[ 윤희은 기자 ]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로 조합 설립이 쉬워진 지 3년 가까이 되면서 협동조합을 이용한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에 협동조합 범죄와 관련한 각종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가장 흔한 범행 수법은 폰지사기(새로 가입한 사람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가입자들에게 수익을 주는 수법)다. 최근 경찰은 온열기, 냉장고 등을 구입하면 구매가의 세 배를 수개월에 걸쳐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조합원을 모집한 혐의로 A협동조합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피해자는 2만여명에 달했고 피해금액도 1000억원에 육박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협동조합 간판을 내건 신용카드 폰지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부산의 한 협동조합이 “신용카드로 1500만원을 결제하면 조합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매달 100만원씩 입금시켜주겠다”고 속여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도 최근 들어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으로 형태를 바꿔 불법영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설립돼 있는 의료생협의 명의를 빌리거나 아예 의료생협을 사들여 조합원 이외 다른 환자까지 진료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범죄형 협동조합’이 수십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단계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안티다단계’ 등 인터넷 카페에는 자신이 가입한 협동조합이 불법 다단계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매달 10건 넘게 올라온다.

협동조합이 범죄에 이용되는 이유는 설립이 자유로운 반면 운영과정에는 별다른 관리 감독이 없어서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함께 1500조원의 대규모 투자 사업을 하겠다며 조합원을 모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B협동조합 측은 “법적으로 금융업과 보험업만 안 하면 운영에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출자금을 받아 사업하는 구조가 펀드와 비슷하지만 회계 투명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이고 따뜻한 인간주의 조직”(서울시협동조합상담지원센터)이라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조합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는 것도 범죄형 협동조합에 악용되고 있다.

박찬우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장은 “A협동조합 사건을 계기로 협동조합을 빙자해 이뤄지는 각종 다단계 범죄에 대해 집중 수사하라는 지침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간 상태”라며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걸면 합법적인 회사처럼 투자자를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단계업체들이 최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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