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입] 각양각색 대학홍보…연세대 '최고 사학' 고려대 '미래 개척가' 한양대 '기업가 산실'

입력 2015-09-11 14:16
수정 2015-09-11 20:57
이미지 PR 넘어 현상황·지향점 담은 대학광고



[ 김봉구 기자 ]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대학들에겐 입시철 시작을 알리는 가을바람이다. 올해는 중요변수가 더해졌다. 8월31일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A부터 E등급까지 대학들 성적표가 나왔다. 이때부터 수시모집 원서 접수 시작일인 9월9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 주 남짓. ‘귀한 몸’ 수험생 눈을 붙들어야 하는 대학들의 홍보전은 한층 치열해졌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나온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각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린 대학들의 광고를 살펴봤다. 튀거나 혹은 꾸준하거나. 입시철 대학 홍보의 법칙이다.

◆ 대학평가 결과 '그것이 알고 싶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강원대다. 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거점국립대인 만큼 낙제점의 충격파는 컸다. ‘센’ 광고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미지 광고라기보다는 성명에 가까웠다.

강렬한 빨간 바탕에 “100분간?짧은 면접 평가로는 68년의 역사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란 문구를 앞세웠다. “97.7, ‘장학금지원, 졸업생취업률, 수업관리, 교수확보율…’ 등 중요한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습니다. 저평가 받은 일부 항목이 전체 평가 결과를 왜곡 했습니다”란 설명을 곁들인 뒤 학생 대책을 내놨다. 앞서와 상반된 파란 배경에 “안심하세요!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습니다”란 문구를 넣었다. 이어 “믿고, 안심하고 오십시오! 더 힘차게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며 수험생에 대한 당부와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D등급을 받았지만 홍익대 세종캠퍼스의 광고는 사뭇 달랐다. 무(無)대응 방침을 세운 듯 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중심, 세종특별시 세종로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를 큼지막하게 올렸다. 다만 노란 원 안엔 ‘최고 수준의 장학금 국내 1위(1인당 364만원)’란 내용을 넣었다. 격앙된 어조의 강원대와 달리 짙은 감청색 바탕에 조용히 장점을 알려 ‘쿨’한 느낌이 강했다.

반면 가천대는 좋은 성적을 알리는 데 힘썼다. 광고 상단에 빨간색 A를 대문자로 새겨 넣었다. 최근 발표된 구조개혁평가 최우수 대학 A등급에 무게를 두되, 앞서 ‘잘 가르치는 대학’ ACE사업(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광고 속에선 이길여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전문대인 거제대는 높은 취업률(2015년 기준 87.2%)에 방점을 찍었다. “대졸 절반이 구직자인 시대! 무엇을 보고 대학을 선택하십니?”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단의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A등급 획득’이란 별도 수상 마크로 포인트를 줬다.

높은 해외대학평가 순위를 전면에 내건 대학도 있다. 연세대가 이런 케이스다. ‘세계 명문의 기준에 맞추다’란 문구 뒤에 작년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의 대학 평판도 평가 순위를 인용해 ‘세계 명문사립대 20위·아시아 1위의 최고 사학’이라고 설명했다. 루빅스 큐브(조각을 돌려 맞추는 정육면체 퍼즐) 그림의 한 면엔 연세대를, 다른 면들에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MIT(매사추세츠공대) 등을 넣어 아이비리그 명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조선일보 공동주관 아시아대학평가 순위가 오른 세종대도 해당 결과를 인용했다. ‘의대 없는 종합대 중 학생 수 1만2000명 미만’이란 세부 기준을 설정해 아시아 18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인지도 높은 학교 이름도 십분 활용했다. 세종대왕 동상을 배경으로 상단에 ‘창조하라 세종처럼’이란 문구를 큼직하게 써넣었다.

◆ 순발력 vs 뚝심… 당신의 선택은?

총장의 생각과 학교 운영철학을 광고에 담아낸 대학도 있다. 올해 새로 총장이 취임한 고려대와 아주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염재호 총장이 역설한 ‘개척하는 지성’ 개념을 광고에 풀어냈다. “스펙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나약한 지성은 길을 잃었다. 미래는 개척하는 자의 몫. (중략)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 고려대와 함께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는 당신이 바로 ‘미래 개척가’다.”

‘GREATIVE(creative for great)’란 합성어로 ‘괴짜 같은 진짜’를 내건 아주대는 7계명을 적었다. ‘고졸 장관’ 신화의 주인공 김동연 총장의 지론이 녹아들었다. 올해 초 김 총장이 취임식에서 화두로 던진 ‘유쾌한 반란’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뒤따랐다.

계명대 광고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지난달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 중 재학생이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입시철을 앞두고 사회적 이슈를 캐치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전자공학전공 2학년 김진한씨의 스토리를 소재 삼아 ‘국가를 먼저 생각합니다’와 ‘대한민국 대구에는 계명대학교가 있습니다’란 문구를 각각 상·하단에 배치했다.

이에 비해 한양대는 뚝심 있는 선택이 눈에 띈다. 공대 색깔이 강한 고유의 브랜드를 ‘대한민국의 성장동력(The Engine of Korea)’이란 문구로 표현했다. 7개 특성화학과 합격자는 4년간 등록금 한 푼 없이 다닐 수 있다는 내용의 ‘다이아몬드7 장학금’ 파격 혜택도 알렸다.

지난 2013년 시립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는 올해 입시에서도 꾸준하게 ‘국립 인천대학교’를 강조했다. ‘단국, 대학경쟁력의 미래를 말하다’ 타이틀의 단국대 광고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키워드를 알리는 데 공을 들인 대학도 있다. 최근 1호 쿠바 유학생을 유치한 남서울대는 첫 ?만?‘남서울대학교에서 글로벌을 다시 묻다’로 시작해 ‘글로벌의 새로운 기준’이란 표현으로 끝맺었다. 중원대는 “실력이 좋은 사람에겐 경쟁자가 생기고 인성이 좋은 사람에겐 조력자가 생깁니다. 지금 당신 곁엔 어떤 사람이 있습니까?”란 질문을 던진 뒤 ‘글로벌한 스펙, 인성으로 완성합니다’라고 결론지었다. 각각 ‘글로벌’과 ‘인성’이 기억에 남는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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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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