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보는 소통문화 만들려면 회의실 상석·말석 구분부터 없애라

입력 2015-09-11 07:00
경영학 카페

직급에 밀려 의견 무시당하면 상사 앞에서 입 다물게 돼

자유롭고 원활한 소통이 모든 조직 건강도 측정 기준
솔직히 말 꺼내는 문화 만들어야


지난달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한국 군인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도화선으로 남한은 대북 선전 방송을 시작했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포 공격을 감행했다. 남북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언론매체들을 통해 쏟아졌고 매우 급한 상황은 이어졌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 고위급 인사들은 판문점에 모였다. 회담은 25시간이 넘도록 휴정 없이 진행됐다. 마라톤 회담은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협상 초반에 지뢰 도발을 완강하게 부인해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렇게 꽉 막힌 분위기를 시원하게 뚫어준 계기가 ‘화장실 소통’이라는 뒷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남북 협상의 진행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폐쇄회로TV(CCTV)로 생중계됐다. 북측 대표단이 북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남측 대표단은 CCTV가 없는 화장실에 가서 중요한 대화를 시도했다. 상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화장실 소통이 수차례 오가면서 지뢰 도발을 완강히 부인하던 북측 대표가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화장실 회담은 협상 초반 겉돌던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극적 타결로 이어졌다.

자유롭고 원활한 소통은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많은 기업은 조직의 소통문화 개선을 위해 리더십 교육을 한다. 리더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지시하지 말고 부하의 의견을 잘 끌어내도록 질문하는 방법과 부하의 생각을 끝까지 잘 듣는 경청 방법을 교육한다. 물론 건강한 소통문화를 위해서는 리더의 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고 많은 조직원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통문화 개선을 위해선 리더의 소통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회사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부하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상사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좋은 생각을 말해도 직급에 밀려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라면 상사 앞에서는 입을 다물게 된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상사 의견에 아무런 이의를 달 수 없게 하는 권위적인 문화가 불통문화를 만들고 급기야 조직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는 최근 권위주의 문화를 없애려 사장부터 직원까지 직급을 나타내는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게 하거나 회의 석상에서 상석과 말석의 구분을 없애고 선착순으로 앉게 한다.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변화의 노력이 직급이나 나이에 따라 의견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는 부작용을 없애고 동등하고 수평적으로 대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기업 내 자유로운 소통을 저해하는 다른 이유는 어떤 의견을 말했다가 무시당한 경우다. “야! 그것도 아이디어라고 낸 거냐?”는 비난을 받아 본 적 있는 사람은 다음부터 겨울조개처럼 입을 다문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들어도 관점의 차이를 수용하려 노력하며 서로 존중해주는 조직 분위기가 자유로운 소통을 일으킨다. 경청은 귀로 듣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다른 생각과 관점도 인정하며 수용하는 태도이자 직급을 떠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다. 수용과 존중이 조직문화의 바탕에 깔려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건강한 조직을 기대할 수 있다.

이혜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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