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 "불운 씻고 생애 첫승 감 잡았다"

입력 2015-09-10 18:47
이수그룹KLPGA챔피언십 1R
"샷 감 좋고 운도 따라줘"
5언더파 맹타 휘둘러 2위

'루키' 최혜정 1타 차 선두
김민선도 공동 4위 선전


[ 이관우 기자 ]
프로 4년차인 장수연(21·롯데)은 5년 전의 끔찍했던 불운을 잊지 못한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KLPGA 투어 현대건설서울경제오픈에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기억이다.

15번홀(파4)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무심코 내려놓은 캐디백이 화근이었다. 캐디백을 옆에 둔 채 어프로치를 했다가 2벌타를 받았다.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골프 규칙을 어겼다는 판정이 나온 것. 이 때문에 연장전에 끌려갔고, 준우승에 그쳤다. 나중에 영국왕실골프협회(R&A)에서 ‘오심’이란 판정이 나왔지만 한 번 내려진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장수연은 2012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이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는 “잊을 만하면 누군가 다시 이야기해 떠오른다. 우승으로 모든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다”고 늘 지인에게 말해왔다.

○장수연 “불운은 이제 그만”

‘불운소녀’ 장수연이 생애 첫승 기회를 잡았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이수그룹 제37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에서다.

그는 10일 경기 여주시 페럼 골프클럽(파72·6714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엔 운이 좋았다. 5번홀(파5)에서 친 85m짜리 세 번째 샷이 핀 오른쪽 50㎝ 부근에 떨어진 뒤 왼쪽으로 스핀이 걸리면서 그림처럼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샷감도 좋았고 운도 잘 따라준 것 같다. 우승에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장수연은 ‘실력은 우승권인데 운이 잘 따라주지 않는 선수’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올 시즌만 해도 20개 대회에 출전해 일곱 번이나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6월 열린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대회에선 준우승도 했다. 지난해에도 준우승을 한 차례 차지했다. 그는 “우승은 쫓아간다고 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조바심을 버리고 남은 경기를 편안하게 치르겠다”고 했다. 특히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약점이 있는 만큼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타자’ 김민선 “모처럼 찰떡 궁합”

이날 대회가 열린 페럼CC는 러프가 짧은 반면 전장이 6700야드가 넘어 장타자에게 비교적 유리하게 작용했다. 롱아이언이 장기인 장수연뿐만 아니라 KLPGA 장타 1위인 김민선(20·CJ오쇼핑)도 장타 덕을 봤다. 올 시즌 평균 비거리가 255.5야드(234m)인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공동 4위. 그는 “대회장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좀 더 줄여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시즌 첫승이자 생애 두 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반면 지난주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노무라 하루(23·한화)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다 잡았던 우승컵을 헌납한 배선우(21·삼천리)는 이날 버디 1개, 보기 1개로 이븐파를 쳐 이정민(23·비씨카드)과 함께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 대회 2라운드에서 기권한 이정민은 아이언 세컨드 샷이 그린을 자주 빗나가는 등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루키인 최혜정(24)이 6언더파 66타를 쳐 단독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0번홀까지 버디 8개를 잡는 신들린 퍼팅감을 뽐내며 ‘중고 신인’이란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았다. 2009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2부투어에서 주로 뛰다 프로 입문 6년 만에 1부 투어에 처음 입성했다.

여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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