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나치게 많은 선택의 갈림길…현대인의 불안 키운다

입력 2015-09-10 18:00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콧 스토셀 지음ㅣ홍한별 옮김ㅣ반비ㅣ496쪽│2만2000원


[ 김보영 기자 ] 현대인과 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내 발표를 잘해낼지,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는 잘 지내는지 등 일상적 고민부터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을지, 노후는 잘 보낼 수 있을지 등 중장기적 인생 고민까지 다양한 걱정거리가 현대인을 괴롭힌다. 종종 지나치게 커진 불안은 우리를 압도한다.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보면 자괴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스콧 스토셀은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 에디터이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요커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다. 종종 대중 강연도 여는 그는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공황장애,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분리불안 등 다양한 불안 증세에 시달려왔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그가 30여년간 절박한 심정으로 탐구해 온 불안에 대한 보고서다. 역사와 의학, 철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불안에 대한 학술 연구 사이에 자전적 경험을 녹여 냈다.

키르케고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자유의 현기증’을 유발한다고 표현했다. 현대사회에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가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택하고 누구와 연애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결과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다. 현대인은 종종 자유보다 권위를 택해 안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1930년대 독일에서 나치즘이 활개를 친 것도 자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게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분석이다.

부모의 양육 태도도 평생에 걸친 불안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신분석학자 볼비와 심리학자 에인즈워스는 아기의 신호에 다정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모험심이 많고 삶을 더 즐긴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불안해하거나 냉담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는 커서도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고 다양한 불안에 시달렸다.

불안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은 과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만 연구 조교로 채용했다. 강박적이어서 실수를 하지 않으며 자료 정리를 할 때 신중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반적으로 걱정을 하는 태도는 성실함과 연결돼 있다. 불안감과 도덕성이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철학자 듀이는 사람은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기 싫어서 윤리적 행동을 한다고 분석했다. 범죄자가 평균적으로 불안 정도가 낮다는 심리학 연구도 있다.

스토셀은 어린 시절 경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부러 테니스 경기에서 내리 진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변 욕구를 참지 못하며, 종종 초조함을 못 이겨 구토도 한다. 책 전체에 걸쳐 불안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지만, 불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경험담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 혼자만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막막함을 덜 수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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