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전차 물리친 작은 음악회

입력 2015-09-08 23:35
수정 2015-09-09 11:44
<p style="text-align: justify">[나는서울시민이다=김영옥 마을기자] 서울 동북부 끝단에 위치한 도봉구는 경기도 의정부, 포천, 연천 등 군사시설이 많은 지역과 이웃해 있는 곳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의정부시와 도봉구 경계지역인 도봉로 시작점엔 몇해 전만 해도 군 보초시설이 있어 군인이 지키고 있던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들이 꽤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이런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에 12년째 방치된 도심 속 흉물이 아직도 남아있다. '대전차 방호시설'이 그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탱크로 남침하던 길목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50년이 넘은 군사시설들이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적의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유사시 폭파도 염두에 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와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p>

▲ 대전차 捐=체?1층 앞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던 계단. 2층부터는 시민 아파트였으나 지금은 헐리고 바닥만 남았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서울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 외벽. 약 300m 콘크리트 위에 군사시설임을 숨기기 위해 시민 아파트 5개동을 지은 곳이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제가 도봉동에 들어온 지 약 47년쯤 되니까 아주 오래 전 일이네요. 지금은 1층 터만 남아 있지만 당시엔 4층짜리 시민 아파트가 길을 가로 막듯 길게 옆으로 건립돼 있었고 그 시민 아파트 1층에는 탱크가 들어가 있었어요. 이 대전차 방호시설은 유시시에 북한군 남하를 저지할 목적의 군사시설이었던 셈이죠. 아파트 1층 벽엔 총구를 겨눌 수 있도록 북쪽으로 향하게 된 구멍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어요."</p>

<p style="text-align: justify">도봉 2동 마을주민 김동수 씨는 2층부터는 시민 아파트이면서 1층은 대전차 방호시설이었던 이 곳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1970년부터 2004년까지 존재했던 도봉 시민 아파트는 건축 당시 육군본부 원호관리국이 군사상 목적으로 그린벨트 지역 내의 땅을 수용해 지은 아파트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총 길이 300m 콘크리트 위에 군사시설인 것을 숨기기 위해 시민 아파트를 올렸다고 한다.</p>

<p style="text-align: justify">1층은 유사시 군사목적으로 쓰이는 벙커시설이고, 2~4층은 초기에 군인 주택용으로 쓰였으나 1972년 서울시가 인수하면서 대부분의 입주민이 일반 주민으로 점차 바뀌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도봉 시민 아파트는 군사보호 구역이었던 곳이라 다른 시민 아파트에 비해 철거가 늦게 이뤄진 편이다.</p>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 내부. 북한군의 남침을 방어하기 위해 실제 탱크가 있던 곳이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탱크의 총부리가 북쪽을 향하도록 난 구멍. 대전차 방호시설에는 이같은 구멍이 벽에 많이 나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대전차 방어시설 안에 있는 긴 벙커.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지난 2004년. 너무 낡고 오래된 이곳 도봉 시민 아파트는 안전상의 문제로 2~4층 구조는 철거됐지만 분단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1층 대전차 방호시설은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아직까지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12년간 방치돼 왔다.</p>

<p style="text-align: justify">흉물스럽게 우범화 되고 있는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p>

▲ 시민아파트가 헐리면서 생긴 2층 옥상 구멍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시민 아파트가 헐리면서 생긴 2층 옥상. 바로 앞 도봉 친환경 영농 체험장이 보인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대전차 방어시설 2층에서 바라본 도봉 친환경 영농 체험장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대전차 방호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는 주민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대전차 방호시설이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 주민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주민들은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에 앞서 대전차 방어시설 투어를 했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지난 2014년 7월.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민 추진단이 결성되고, 서울시 현장시장실과 서울시 정책아이디어 마켓을 통해 시민 추진단의 의견이 전달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현장 설명회 35회, 전문가 워크샵 1회, 유사시설 사례 탐방 3회, 주민 의견 설문조사 등을 거쳐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끌어낸 결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2014년 도시재생 워크샵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서울시, 도윤맙?시민 추진단의 연석회의가 진행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도시재생 아카데미 4회 진행을 거쳐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에 대한 공간재생 프로젝트 예산 25억5천만원(2015년 15억원, 2016년 10억 5천만원)을 확보하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p>

▲ 시설 내 긴 벙커와 북쪽으로 난 탱크의 총부리 구멍들을 보고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시설 투어를 하는 주민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1층 벙커를 돌아보고 2층으로 올라가는 주민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시민 아파트가 헐리고 옥상이 돼버린 2층에서 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방치됐던 시설 옥상에서 개똥참외가 자라고 있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2015년 9월 현재 동서로 길게 놓인 대전차 방호시설의 남쪽으로는 서울 창포원이, 북쪽으로는 도봉동 친환경 영농 체험장이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 영농 체험장 옆으론 2016년부터 조성이 시작될 체육공원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대전차 방호시설 공간재생 프로젝트는 서울 창포원과 조성을 추진 중인 체육공원, 지역주민들의 텃밭으로 사용 중인 도봉동 친환경 영농 체험장을 포함해 서울동북지역의 문화예술창작 거점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p>

<p style="text-align: justify">앞으로 이 일대에는 대전차 방호시설 5개 동에 커뮤니티 홀, 전시와 공연장, 시민문화예술 체험관이 들어설 계획이다. 올해 12월까지 리모델링 설계가 마무리되면 2016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p>

▲ 도봉구 친환경 영농 체험장 안에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가 마련됐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대전차 방호시설이 공간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작은음악회가 열렸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대전차 방호시설 공간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그 첫걸음으로 9월3일 오후 6시30분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에서 '시민공유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도봉산이 마주 보이는 도봉동 친환경 영농 체험장(도봉동 6-5번지 일대) 안에 마련된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에는 많은 지역주민들이 모여 전쟁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문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을 앞둔 대전차 방호시설의 공간재생 프로젝트를 반겼다.</p>

▲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동요를 부르는 출연진(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Over the rainbow를 연주하는 출연진(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해금 독주를 하는 출연진. 멀리 도봉산이 보인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클래식 성악 피가로를 부르는 출연진(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작은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주민들은 해설사와 함께 대전차 방호시설을 돌아봤다. 방호시설을 돌아보는 동안 추진 배경과 사업 경과, 향후 계획이 소상히 주민들에게 공개됐고, 대전차 방호시설 내부와 지금은 시민 아파트가 모두 헐려 옥상이 되어버린 1층에도 주민들이 직접 올라가 살펴보는 체험의 시간도 가졌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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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에 온 주민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에 온 주민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 경계에 있던 터라 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주민들은 대전차 방호시설 투어를 통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됐고 이곳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된다는 사실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시민 공유 작은 음악회는 주민들의 호응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해가 진 뒤에도 한참동안 계속됐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녹슨 전장터에 마을 사람들의 지혜로 문화의 꽃이 필 날이 다가육?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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