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수술비 4600만원인데 1800만원이 수수료?…중국인 브로커 판치는 의료한류의 민낯

입력 2015-09-08 18:49
수정 2015-09-09 09:01
판결문으로 보는 세상

강남 성형외과 주수입원 외국인
브로커가 환자 공급 독점
수술비 최대 90% '수수료 폭탄'

중국인 3명에 징역 8개월 선고


[ 김인선 기자 ] #중국 브로커의 하루

“누구를 원하세요. 전지현, 김태희도 문제없습니다.”

오늘만 300여명이 성형수술 상담을 받고 갔다. 내 이름은 왕상. 나는 매월 상하이의 고급 리조트에서 ‘국제미용박람회’를 열고 있다. 이름은 거창한 미용박람회지만 사실 중국인 성형수술객을 모으는 호객 행사일 뿐이다.

중국에서 한국은 ‘성형왕국’으로 통한다. 한국에만 가면 누구나 한류 스타들처럼 예뻐질 거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는 실제 수술비의 5~10배를 받는다. 수술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모두 내 몫이다. 수입이 쏠쏠하다. 한두 해만 더 하면 이제 장사는 접어도 될 것 같다. 박람회가 끝나고 인천행 비행기에 중국인 손님 3명을 태워 보냈다. 한국에 있는 브로커에게 위챗(WeChat·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3명 탑승. 오후 5시 도착.’

○대한민국 브로커의 하루

상하이에 있는 왕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3명 탑승. 오후 5시 도착.’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내 이름은 리밍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지 10년이 넘었다. 여행사에서 관광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브로커 일은 2013년부터 했다. 내일 손님을 데려갈 병원은 내가 직접 뚫은 곳이다. 당시 W성형외과에 전화를 걸어 해외사업팀장에게 “환자를 소개하면 소개비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팀장은 내가 무등록 업자니 먼저 수술비의 30%를 수수료로 주고 나중에 환자를 많이 소개하면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년간 W성형외과에 35명을 소개해 1억2000여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엔 한 환자가 눈매 교정과 사각턱 축소술 등을 하는 데 4600만원을 냈고, 그중 40%를 내가 가졌다. 하루에 1800만원, 꽤 쏠쏠한 성과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리씨 등 중국인 3명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각 범행이 외국인 환자 및 국내 의료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기간, 소개 횟수, 취득한 대가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죄책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27조는 누구든지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을 하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강남권 성형외과 병원들의 주요 수입원은 외국인 환자인데 브로커들이 환자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수수료로 수杏炷?최대 90%까지 받아가는 등 브로커가 ‘갑’이 되고 국내 성형외과 병원이 ‘을’이 되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 성형 및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중국인 관광객이 뇌사상태에 빠졌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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