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립대 총장 선출 갈등 줄이기

입력 2015-09-08 18:13
혼탁 선거로 갈등 키운 총장 직선제
간선제가 비용 적고 관리도 용이
더 중요한 건 대학 관련 규제 푸는 것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총장 직선제를 주장하며 투신한 부산대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국립대 총장 선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는 대학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학내 민주화를 통해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1988년 이후 도입됐다. 군사 독재를 청산해야 하는 당시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직선제란 교직원들이 선거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나 대통령이 각 대학의 사정을 잘 알 수 없으니 대학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아 적절한 인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직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방식은 본래의 취지 달성은커녕 대학을 온통 선거판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짚어 봐야 할 문제는 직선제, 간선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은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총장 출마자 자신을 알리는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간접 비용을 많이 수반한다. 대학 발전을 위한 방법론을 둘러싼 논의보다는 출신 고등학교와 대학별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만 심화된다. 선거로 생긴 내부 갈등도 봉합되지 않는다. 전문 선거꾼도 생긴다. 대학 내 선거도 여느 선거판과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충실하고 이에 걸맞은 인사가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대학 내 선거도 오로지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교육부가 직접 대통령에게 추천해 임명하는 방식이다. 우선 비용을 한결 줄일 수 있다. 총장직에 뜻을 둔 몇몇 사람들이 연줄을 동원해서 교육부에 로비하더라도 그 대상이 훨씬 줄어들고 비용이 그들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 국립대학은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는 학교이므로 국가에서 총장을 직접 임명하는 것은 논리적 측면에서 하자가 없다. 문제는 교육부가 교육부 출신 인사나 정치적 고려에서 엉뚱한 인사를 추천하는 일탈 행위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선제 방식으로도 적절한 인사가 선택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선제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교직원 직선에 의한 추천 방식과 교육부의 직접 추천 방식은 모두 적잖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교직원들은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직선제를 고수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직선제 과정에서 지성인답게 처신하지 못했다. 또 교육부는 예산을 지렛대로 대학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한다는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한계는 잘 극복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간선제다. 교수, 교직원, 지역사회 인사 등 50여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총장 출마자가 대표단을 대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그 규모가 작아 선거를 둘러싼 제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명단이 공개되는 소규모 대표단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고려할 것이므로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깊이 있는 논의와 토론을 거쳐 직선제보다는 더 적절한 인사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각 제도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보면 현재로서는 간선제 방식이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총장 선임 방식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기간에 걸쳐 정부 지원을 점차 줄이면서 국립대학을 독립시킴과 동시에 등록금, 정원, 학과 신설 및 폐지 등과 관련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대학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총장 선임 문제에서도 대학이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을 찾아갈 것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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