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국제유가 '반토막'
상반기 영업 현금 320억弗 적자
디폴트 우려에 차입도 어려워져
[ 박종서 기자 ]
국제 원유가격이 1년 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셰일원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유 판매 수입이 대폭 줄어든 데다 원유업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은행 차입이나 채권,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만만치 않아졌다. 올 들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업체도 16개에 이른다. 셰일오일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원유·가스업체의 상반기(1~6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20억달러 적자로, 작년 전체 적자액 377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태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만으로는 필요한 자본투자를 하기에 320억달러가 부족해 차입 등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메워야 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유가 하락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06달러를 넘어섰지만 지난 4일 종가는 46.05달러에 그쳤다. FT는 “셰일업계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적정 가격은 평균 배럴당 51달러 수준으로 지금 유가로는 상당수 기업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며 “파산하거나 다른 업체에 인수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 들어 디폴트를 선언한 원유업체가 16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사모펀드인 KKR 컨소시엄이 설립한 샘슨리소스는 72억달러를 갚지 못했고, 조만간 파산보호 신청을 할 예정이다.
셰일오일업계의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은행 등 금융권은 신규로 350억달러를 셰일업계에 빌려줬다. 하지만 올 3분기 들어서는 5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융권이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줄었다.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액도 급감했다. 데이터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셰일업계는 자사주 매각과 증자 등을 통해 108억달러를 조달했으나 2분기에는 이 규모가 37억달러로 감소했고, 7월과 8월에는 1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3분기 채권발행액은 20억달러를 밑돌았다.
석유업계에서는 미국 셰일업체의 도산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에드워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부문 책임자는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셰일업체에 몰려들었다”며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평가했다. 유가가 조만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셰일업계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경제제재가 풀리는 이란의 증산과 중국의 경기 성장세 둔화 등의 여파로 유가가 오르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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