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 M&A 혁신거래장터 필요하다

입력 2015-09-07 18:10
"질과 양에서 획기적 혁신 이룬 창업
회수기간 길어 외면받는 창업투자
상생형 M&A 더욱 활성화 해야"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김기사’가 626억원에 카카오에 인수된 뒤 인수합병(M&A)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카카오택시를 타면 길을 찾아주는 김기사를 만날 수 있다.

공동창업자인 박종환 대표는 전국을 누비며 김기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청년들은 ‘제2의 김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창업에 도전한다. 투자자들은 제2의 김기사를 찾아 투자 대박을 노린다. 상생형 M&A는 구조조정형 M&A와 달리 고용을 증대하고 국가혁신을 이끈다는 인식 변화가 김기사의 최대 성과가 아닌가 한다.

세계적으로 고성장 벤처가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대안임이 입증됐다. 한국도 10년간의 벤처 빙하기를 지나 ‘창조경제’ 정책의 첫 단추로 ‘창업활성화’를 밀고나갔다. 그 결과 창업은 질과 양에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룩했다.

그런데 창업활성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죽음의 계?rsquo;을 넘는 창업에 이어 ‘다윈의 바다’라는 험난한 시장 경쟁을 넘어서야 성장과 고용의 열매를 얻는다. 상생형 M&A와 글로벌화 정책이 그 대안이다. M&A가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글로벌화는 단독으로 세계화에 도전해 상장(IPO)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나, 미국의 경우 M&A가 IPO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5~10배)을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그런데 한국은 2%대에 불과하다.

한국의 취약한 M&A 비율은 국가 전반의 혁신 저하로 나타난다. 창업 벤처는 시장 진입 과정에서 좌절하고 있다. ‘선배 벤처’의 좌절은 청년 창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기업은 와해적 혁신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중이다. 벤처 투자자들은 중간 회수 시장의 부재로 초기 창업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평균 14년이 걸리는 코스닥은 투자자들의 회수 시장으로는 너무나 멀다. 이 세 가지 문제가 혁신국가로 가는 길의 최대 난관이다. 한국 산업생태계에서 빠진 연결고리가 ‘상생형 M&A’인 것이다.

정부는 벤처 창업, 대기업 혁신, 투자활성화의 세 가지 문제를 2조원대의 창업 지원, 대기업 연구개발의 세액감면,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인 모태펀드와 엔젤매칭펀드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성과는 미미하다. 모두가 선순환 시장 생태계를 통한 본원적 해결책이 아니라, 공급과 지원 위주의 단기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공무원의 단기 보직 이동과 관계돼 있다. ‘내가 떠난 이후의 실적은 내가 평가받지 않으므로’ 장기간의 생태계 형성 정책보다 단기적 재정지원 정책?치중하게 된 것이다.

상생형 M&A의 활성화는 창업 활성화와 대기업 혁신, 투자 활성화의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일석삼조’의 국가 정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는 M&A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표했다. 세액과 지배구조의 문제 등 많은 문제를 ‘5·15 대책’에 이어 올해에도 ‘7·9 대책’을 통해 해소했다. 그 성과는 너무 미미하다. M&A 활성화는 △국민 인식 △정부 규제 △거래시장의 문제인데, 이 중 거래시장이 문제의 핵심임을 놓친 결과다. 국민 인식은 김기사 덕으로 개선 중이고 정부는 규제 개혁 중이다. 이제 문제는 충분한 규모의 시장 형성이다.

M&A는 탐색비용과 거래비용보다 효용이 클 때 활성화된다. 시장의 부재로 인한 과도한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이 M&A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거래장터를 제안한다.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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