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취향과 체험, 전염성 있는 브랜드 만든다

입력 2015-09-04 07:00
기업들에 마케팅과 브랜딩은 점점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장점보다는 제품을 이미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평가에 기반해 구매의사 결정을 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변화를 활용해 제품에 소비자의 체험을 더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작은 브랜드의 사례도 늘고 있다.

고프로는 2014년 기준 액션카메라 세계 시장 점유율 57%를 확보하고 있는 독보적 1위 업체다. 2014년에는 미국 증시 상장에도 성공해 2015년 8월 기준 시가총액은 5조원을 웃돈다. 고프로는 객관적으로 보면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사들이 수십년 동안 지배한 비디오 카메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전혀 없었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기술이 부족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낮았다. 마케팅 비용도 부족했던 작은 회사가 어떻게 액션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하게 됐을까.

시각디자인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고프로의 창업자 닉 우드먼은 기술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서핑을 사랑하는 소위 ‘마니아’였다. 2002년 호주에 서핑 여행을 간 우드먼은 자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근접 촬영할 수 있는 아마추어 수준의 촬영 장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몸에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했다.

2006년 그가 시장에 내놓은 몸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 디지털 히어로(Digital Hero)는 동영상 촬영 가능 시간이 10초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핑,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동호회 회원들이 고프로를 사용해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이 영상들이 다시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고프로 액션카메라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고프로의 매출은 14억달러, 영업이익은 1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작은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마니아의 취향을 ‘정조준’한 제품 속성에 사용 경험, 매장 경험 등 소비자 체험이 결합되는 과정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업체들의 사례는 고프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러쉬(Lush) 등 문화·여가활동 분야에 속한 브랜드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생기고 있다. 커피 리브레, 테라로사 등의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확보한 주류 커피 브랜드 못지않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한 지방 도시의 제빵점인 성심당이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입점하자 빵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취향 선도자들이 진심을 담아 추천하는 ‘작은 브랜드’들은 취향 선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추천하는 제품이기에 믿을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희소한 정보와 경험’을 지인들에게 사진과 동영상 형태로 공유해 관심과 부러움을 얻을 수 있는 특성도 있다. 소비자들이 콘矛糖?스스로 선택해 전파할 수 있는 온라인·소셜 미디어 중심의 환경에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나 제품에 비해 오히려 전파의 동기가 높다.

소비자의 자발적 지지를 받는 제품은 첫째,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며 정서적·감정적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사용, 체험 과정이나 결과를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쉽다. 확산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간 연결이 촘촘해지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소비자의 체험 과정에 세심하게 반영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적극 옹호하고 다른 사람에게 브랜드를 추천하는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취향 요소를 발굴하고 환경 변화 추세에 맞는 확산 루트를 발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허지성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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