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중국 경기둔화 대비
금융사의 여신심사능력 키워
살릴 기업·한계기업 선별해야
[ 김일규/이태명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2일 “기업부채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상 시 기업부채가 금융권 및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 가운데 살릴 수 있는 기업과 정리해야 할 한계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벌어서 이자 못 갚는 기업 2000개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국내 기업의 영업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1260조원에 달한다. 임 위원장은 “외부감사대상 기업 1만5000개 중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되는 곳이 2000여개에 달하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지급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이 안 된다는 것은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로 지급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회사 운영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은행의 기업여신 신규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도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새로 발생한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약 5조원으로 1분기(약 3조5000억원)에 비해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은 전체 기업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이 2분기 말 2.03%로 2012년 2분기 말(1.84%)보다 높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부실채권비율은 각각 5.88%, 4.76%에 달한다.
○“좀비기업 솎아낼 수 있어야”
임 위원장은 기업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회사의 여신심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좀비기업과 살릴 수 있는 기업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좀비기업은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기업을 ‘되살아난 시체’를 의미하는 좀비에 빗댄 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자금 공급을 크게 늘려왔는데 자금이 한계기업으로 흘러들어간 게 문제”라며 “지금은 저금리로 한계기업들이 연명하고 있지만, 향후 금리 인상 등 상황이 바뀌면 한꺼번에 부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에 조언하는 금융연구원도 이날 기업부채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기업부채연구센터(센터장 이명활 선임연구위원)를 신설했다. 이 센터는 산업별·기업별 부채현황을 파악하고, 기업 부실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과 효율적 구조조정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시장 주도 구조조정 필요
금융당국이 다음달 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출범하는 것도 이 같은 한계기업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다. 임 위원장은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은 합의가 쉽지 않고, 금융당국의 개입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시장 기능을 구조조정 과정에 접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은 이달 중 서민금융회사의 역할 강화 방안, 그림자규제 개선 방안, 금융교육 강화 방안 등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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