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00원·맥주 130원으로…'빈병 보증금' 22년 만에 인상
환경부, 2016년 1월21일 시행
빈병 취급수수료도 33원↑
가격 인상 폭 놓고 정부·주류업계 줄다리기
[ 심성미 기자 ]
내년부터 맥주와 소주의 출고 가격이 최대 10% 오른다. 정부가 빈 병 보증금과 빈 병 취급수수료를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의 소비자 구매 가격도 각각 최대 7.6%, 4.9% 인상될 전망이다. 제조업체는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모두 주류 판매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환경부는 보증금만 반영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2년 만에 빈 병 보증금 인상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3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빈 용기 보증금을 현실화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내년 1월2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빈 병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오른다. 보증금은 주류 구매자가 빈 병을 소매점에 돌려주면 받을 수 있는 반환금이다. 보증금이 오르는 것은 1993년 이후 22년 만이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지난해 일반 소비자의 빈 병 반환율은 24.2%로 이로 인해 소비자가 포기한 보증금이 570억원에 달한다”며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증금을 찾아갈 경제적 혜택이 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빈 용기 보증금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주류회사가 도·소매점에 지급하는 빈 용기 취급수수료도 올리기로 했다. 취급수수료는 주류 도·소매상이 주류 구매자로부터 병을 돌려받아 이를 보관하고 운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현재 소주 16원, 맥주 19원인 수수료를 각각 33원으로 인상한다.
○주류 가격 얼마나 오를까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인상됨에 따라 내년부터 소주 출고가격은 현재 1002원에서 1097원으로 9.5%, 맥주 출고가는 1129원에서 1239원으로 9.7% 인상된다. 이에 따라 소주 소비자 가격은 4.8~7.6%, 맥주는 3.6~4.9% 인상될 전망이다.
환경부와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분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일단 보증금 인상액은 내년 1월21일부터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보증금 인상액을 반영하면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하이트진로 참이슬은 병당 1250원에서 1310원으로 4.8%, 오비맥주 카스는 2200원에서 2280원으로 3.6% 오른다.
정부와 주류업계가 맞서는 부분은 ‘취급수수료’의 판매가 적용 여부다. 취급수수료까지 판매가에 적용하면 참이슬 한 병의 소비자 가격은 1250원에서 1345.7원으로, 카스는 2200원에서 2309.4원으로 각각 7.6%, 4.9% 인상된다.
환경부는 취급수수료를 판매가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는 이 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김태호 한국주류산업협회 차장은 “보증금이 100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빈 용기를 슈퍼로 가져가 환불받는 건 여전히 대부분 국민들에겐 귀찮은 일”이라며 “보증금 인상으로 재사용률이 높아져 주류업체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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