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블레어 AUW 명예총장 "아시아 개도국 여성 교육에 한국도 힘 보태달라"

입력 2015-09-02 18:27
블레어 전 영국총리 부인 셰리 블레어 AUW 명예총장

국가·지역사회 변화시키려면
남성보다 여성 교육이 효과적
베트남·필리핀 등 투자에도 도움


[ 나수지 기자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둔 어머니, 변호사, 사회공헌재단인 셰리블레어재단 이사장, 그리고 아시아여성대(AUW) 명예총장. 영국의 대표 ‘워킹맘’이자 아시아지역 여성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셰리 블레어 AUW 명예총장(사진)을 2일 서울 충무로1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재단 등을 대상으로 AUW를 홍보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블레어 명예총장은 “아시아에는 한국보다 여성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가 많다”며 “아시아 개발도상국 여성을 교육하는 데 한국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AUW 명예총장은 그가 남편의 총리 퇴임 이후 선택한 첫 직함이다. AUW는 2008년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세워졌다. 블레어 명예총장은 AUW의 시작부터 명예총장직을 맡았다.

AUW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네팔 등 14개 개발도상국의 빈곤층 여성을 교육한다. 奐내萱?500여명으로 아직은 작은 규모다. 첫 2년은 인문학 영어 체육 등을 배우고 나머지 2년은 각자 선택한 전공 강의를 듣는다. 90% 이상의 학생이 전액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다. 가족의 지원을 받기 힘든 학생이 대부분이어서다.

블레어 명예총장은 “졸업생의 20%가량은 세계 여러 대학의 석사·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나머지 80%는 정부기관과 회사에 취업한다”며 “대학에 가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여학생들을 사회에 공헌하는 여성인력으로 키워내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왜 ‘여성 교육’에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물었다. 블레어 명예총장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려면 남성 교육보다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교육받은 여성이 엄마가 되면 교육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가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자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들이 어릴수록 더 그렇지요. 여성 한 명을 가르치면 자녀까지 교육하는 효과가 있는 셈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는 비율도 여성이 더 높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한 남성의 30~40%가량이 고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비해 여성은 90%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학생 개인을 교육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국가와 지역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려면 여성인력을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500명인 학생을 2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AUW의 목표다. 외국에서 오는 학생이 대부분이므로 새 기숙사를 짓고 학교 건물도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과 대학의 참여가 꼭 필요求鳴?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며 “베트남 필리핀 등은 한국의 잠재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인도적인 차원은 물론 새로운 시장에 투자한다는 경제적 이유에서도 한국의 여성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방글라데시에 와서 AUW를 보고, 지원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빈곤층 여성들의 변화와 개발도상국의 변화가 지금도 AUW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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