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서비스 관리가 핵심된 시대
ICT 기술을 비타민으로 삼아
산업 간 융합 혁신 이끌어야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의 강자이기도 하다. GE는 과거엔 항공기 엔진을 파는 것에 그쳤지만 지금은 엔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관리해 주는 사업에 더 역점을 둔다. 자사가 제작한 항공기 엔진의 주요 부품마다 센서를 부착, 엔진 상태를 무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해 예방 정비를 지원한다. GE는 지난해 이 사업에서만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네덜란드의 거대 사료회사 헨드릭스는 사료사업에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가축질병진단사업에 진출했다. 질병 진단에서 쌓인 지식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백신사업으로 이어지는 동력이 됐다.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더 나아가 솔루션사업으로 가치 혁신을 이룬 창조경제의 모범답안이 여기에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기록한 한국의 조선업계 3사는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판매 감소로 사상 초유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샤오미로 대표되는 薩?기업들의 거침없는 공세 앞에 우리 주력 산업은 점점 짙어지는 안갯속을 걷고 있다.
우리는 비타민으로 몸의 생기를 되찾는다. 이제 기업, 국가에도 비타민 처방이 필요하다. 비타민은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시들해져 가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처방이다. 세계 선박 엔진의 30%를 차지하는 한국 기업들이 GE처럼 ‘정보통신기술(ICT) 비타민’을 접목한다면 세계 선박에 장착한 국산 엔진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관리하는 유지보수 서비스에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동차도 ICT라는 비타민 처방을 통해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의 건강을 체크하는 간이병원으로 변신할 수 있다. 1만달러짜리 자동차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는 순간 2만달러짜리 자동차로 바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가지고 있다. 산업 간 융합의 촉매제인 ICT는 최고의 비타민 재료다. 다만 혁신은 이런 필요조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강력한 총알도 방아쇠를 당기는 충분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50g짜리 쇳덩어리로 녹슬 뿐이다. 혁신은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혁신의 방아쇠를 당길 때 비로소 완성된다. 중대한 전환기에 처한 우리 경제, ICT 비타민 처방으로 주저 없이 혁신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돼 있는가.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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