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효과로 경기 회복세…저성장 탈출 낙관론 확산
대형주·간접투자 바람직
기업실적 나빠지면 추가 양적완화 카드 언제든 꺼내들 준비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주식 시장이 대부분 조정 양상을 보이는 데 반해 일본 증시는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이다. 8월 들어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조정폭은 중국의 절반 이하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 시행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됐지만, 엔화 약세에 기반한 기업 실적 호조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 수혜를 일본의 대기업들이 주로 받고 있다는 점도 주식에 투자할 때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수출이 일본 경기 회복 견인
투자 포인트는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해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간 기준 3.9%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 회복을 견인했다. 특히 일본 수출이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엔화 약세의 효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2분기 일본의 GDP 증가율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연율 -1.6%에 그쳐, 향후 성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2분기의 매출 감소는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실제 BOJ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다른 기관의 전망치보다 낙관적 수준으로 보인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의 ‘대기업 설비투자 계획’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일본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액은 전년 대비 약 14% 증가할 전망이다. 설비투자에 선행하는 공작기계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설비투자 확대의 한 근거로 제시된다. 기업 설비투자에 선행하는 일본의 공작기계 주문은 지난 5월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기업 수익성도 회복 추세
다음으로 엔화 약세 및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기업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0.6% 증가한 16조4000억엔이었다. 이익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 약세 및 수출 개선 등의 효과로 이익규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을 웃돌기 시작했고 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의 이익이 개선될 경우 다시 기업의 설비투자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BOJ는 연간 본원 통화를 80조엔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 아닌 물가 측면을 고려하면 추가 양적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 및 수요 부진 등으로 상승 압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물가는 정책 목표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BOJ 역시 목표 물가인 2.0% 달성 시점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8월 말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락은 국제유가 하락 등 일시적인 요인 탓”이라며 “(내년 상반기) 연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발 경기불안에 따라 BOJ의 ‘물가상승 시나리오’가 흔들리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일본 내 민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추가 양적 완화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중소형보다 대형주가 유망
결론적으로 최근 일본 증시는 기업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다른 선진국과 달리 일본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는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경기나 실적이 기대치보다 약화되면, 정부가 추가 양적 완화라는 정책 카드를 언제든 꺼낼 준비가 돼 있다.
일본 내 투자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그리고 직접투자보다 펀드와 같은 간접 형태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수혜를 받는 낙수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주에 투자하기엔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가 효율적이다. 최근엔 일반 펀드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도 일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일본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은 시장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꾸준히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다 말다를 되풀이하는 정책은 아니하는 것만 못하다. 최근 부양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정부가 참고해야 할 점이다.
강현철 <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Kanguhuru@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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