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발표할 땐 폼 났는데…최저임금 덫에 갇힌 월마트

입력 2015-09-01 18:08
비용부담 늘어나자 "직원들 근무시간 줄여라"


[ 이심기 기자 ] 월마트가 지난 4월 전격적으로 단행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월마트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자 매장별로 연간 매출 전망에 맞춰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도록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월마트는 올초 미국 매장 직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 2월부터는 10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올해 추가 발생하는 비용은 약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늘어난 비용을 흡수하기 위해 월마트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과 조기 퇴근 등의 조치를 취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한 매장은 ‘근로시간 1500시간 단축’이라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초과 근무를 줄이고 점심시간을 두 시간으로 늘려 쓰도록 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이익 확대와 서비스 개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임금 상승으로 노동비용이 증가하면서 회사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월마트의 올 2분기 순이익은 34억8000만달러(주당 1.0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억9000만달러(주당 1.27달러)보다 15% 감소했다. 주가도 올 들어 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 하락률(7%)의 3.5배에 달한다.

근로시간 단축…실질임금 되레 줄어

매장에 물건이 제때 공급되지 않고, 계산대에서 이전보다 오래 기다리게 되자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노동조합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실질임금이 줄자 “임금 인상 결정이 단지 회사 홍보수단에 불과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월 최저임금 인상 발표 당시 월마트는 미국 전역의 직원 130만명 중 5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 안정적인 근로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월마트가 양질의 인력을 잃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영전문 잡지인 포브스는 “월마트는 임금 인상이 서비스 개선과 매출 및 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추가로 인력 투입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존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월마트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 뒤 “임금 인상은 매장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이자 비용 증가 요인”이라며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면 이익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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