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서울시민이다=장은희 마을기자] 서울 북가좌 1동에 살고 있는 '똑순이' 엄마 정기순(60) 씨는 요즘 살맛이 난다. 서울시 마을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과 함께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고 뜨개질도 하며 건강 걷기 행사까지 참여하기 때문이다.</p>
▲ 뜨개질(왼쪽부터 정기순 대표, 이금연, 김영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정기순 씨는 30년 가까이 이 마을에 살면서 2013년 통장 일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왔다. 주민과 '인사 나누기'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 그는 지난 2014년 서울시 '이웃 만들기' 사업을 신청해 마을에서 '인사 나누는' 문화를 주도해 왔다.</p>
<p>처음 인사를 권유 받은 주민들은 시간이 없다며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파트 안 엘리베이터에서도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될 정도로 자연스런 문화가 자리 잡았다.</p>
<p>같은 동에 살면서 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 만들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그는 '인사 나누기' 캠페인이 시작되자 주민들의 반응이 점점 좋아졌다고 말한다.</p>
<p>하지만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이웃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부수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류 작성부터 해야 할 많은 일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면서 자신감이 생겼다.</p>
▲ 북가좌 신규 아파트 모습(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2015년에는 '씨앗기' 이웃 만들기 사업보다 더 규모가 큰 '새싹기' 우리 마을지원 사업으로 서대문구에서 '나비울 커뮤니티' 모임이 선정되기도 했다.</p>
<p>지난해 마을에 3천300세대 규모의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주민들 간의 소통을 위해 '인사나누기' 캠페인이 시작됐다.</p>
<p>올해 7월부터는 다른 이웃 아파트와 주택의 주민들까지 인사 나누기에 참여하면서 마을 합창단 활동과 뜨개질 하기, 걷기행사 등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부쩍 늘어났다.</p>
▲ 퇴근 후 주민센터에서 뜨개질 봉사활동을 하는 주민들(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지난해 처음 인사하기 캠페인을 할 때는 일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인사하는 주민들이 늘어난 마을.</p>
<p>정기순 대표가 마을 통장과 반장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을의 갈등'도 많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 등을 마을 주민들이 인사하고 함께 활동하면서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p>
<p>마을 주민들 사이의 소통은 '나비울 합창단'에 이르러 더욱 빛을 발한다.</p>
<p>연습 장소는 가재울 중앙교회가 제공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모이는 주민 30여명이 같은 지역 주민인 지휘자, 반주자와 함께 노래 연습을 한다. 올 가을에는 합창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p>
▲ 매주 금요일이면 '나비울 합창단' 단원들이 모여 노래를 통해 소통을 한다.(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나비울 합창단원들의 소통은 마을 걷기 행사로 이어진다. 합창단원인 마을사람 채명현(56)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p>
<p>"정기순 대표를 정말로 존경해요. 직장을 다니면서 마을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데 이 많은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8월29일 나비울 건강걷기 행사로 불광천에서 한강까지 다녀왔는데, 곧바로 직장에 나간다고 하니 엄마로서, 직장인으로, 마을사업 대표로, 통장으로 정말 1인 다역을 하고 있는 멋진 대표입니다. 그 사람이야 말로 우리 마을의 진정한 파수꾼입니다. 정 대표를 보면서 우리도 올해 이웃만들기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죠. 정말 고마워요."</p>
<p>나비울 커뮤니티 모임은 수요일 저녁마다 주민들이 모여 모자와 목도리를 손수 제작해 독거 어르신이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p>
<p>사랑의 마음을 담아 한 코 한 코 떠 내려가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비울 마을에 훈훈한 정이 넘쳐난다. 이웃 만들기를 통해 내년에는 더 많은 이웃들이 함께 생활해 나비울 마을에 사랑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p>
▲ 북가좌1동 신규 아파트 모습(사진=장은희 마을기자) <p>"작은 힘으로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고 소통하며 봉사의 마음을 가진다면 행복한 마을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요?"</p>
<p>헤어질 때 들려준 정기순 대표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p>
<p>그는 자랑스런 서울 시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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