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도 등대- 인천상륙작전의 역사 간직
가덕도 등대- 대한제국 황실 상징 오얏꽃 문양
울기등대-울창한 송림과 환상적 경치
죽변 등대 - 대나무 숲속'용의 꿈길'인상적
하조도 등대 - 다도해 수려한 풍경 한눈에
어청도 등대 - 일본이 대륙 진출 위해 세워
[ 김명상 기자 ] 등대는 단순히 바다를 비추는 건축물에 머물지 않는다. 칠흑같이 캄캄한 밤, 폭풍우와 파도치는 바다에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배들에 이곳이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생명탑(生命塔)이다. 따라서 등대는 어디서나 잘 볼 수 있는 지점에 세우게 된다. 등대가 있는 곳은 주변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관광공사는 ‘불 밝힌 지 100년 이상 된 등대여행’이라는 주제로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오랜 시간 외로이 밤을 밝힌 등대들은 이제 각광받는 관광지로 우뚝 서 있다.
한국 최초의 등대 - 인천 팔미도등대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 떨어진 섬 팔미도(八尾島)에는 국내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가 있다. 1903년 6월1일 첫 불을 켠 팔미도등대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약 45분 거리에 있다. 팔미도를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등대 여행에 2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선착장에 도착한 뒤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10여분이 걸린다. 섬 정상에 있는 등대 두 개 중 왼편에 보이는 것이 ‘원조’ 팔미도등대다. 높이 7.9m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인 중요성은 작지 않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맥아더 사령부가 팔미도등대부터 점령했기 때문이다. ‘켈로 부대’로 알려진 대원들의 활약으로 팔미도등대가 인천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비췄고 상륙작전도 성공을 거뒀다.
100년 동안 바다를 비추던 원조 등대는 2003년 은퇴했다. 역할을 이어받은 새 등대 건물 1층에는 디오라마 영상관이 있다.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 상륙작전을 재현했다. 4층 하늘정원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서해를 굽어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실미도와 무의도를 비롯해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송도국제도시까지 눈에 들어온다.
연안부두 앞에 자리한 인천종합어시장과 개항장문화지구, 답동성당 등을 함께 방문하면 더욱 알차다. 인천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32)440-4045
대한제국의 상징을 담다 - 부산 가덕도등대
부산 최남단에 자리한 가덕도에는 100여년 전부터 불을 밝혀온 등대가 있다. 1909년 처음 점등한 가덕도등대는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희망의 빛을 밝혔다.
가덕도등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우아한 외관과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남은 데다 한국과 일본, 서구식 건축양식이 혼합돼 건축학적인 가치가 높다. 정사각형 단층 구조에 약 9m 높이의 팔각형 등탑을 세워 불을 밝혔다. 등대 내부에 사무실, 침실, 부엌, 욕실 등을 갖춰 사람이 거주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덕도등대가 더욱 특별한 것은 등대 입구에 장식된 오얏꽃 문양 때문이다. 이것은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한다. 등대 아래쪽에는 100주년 기념관이 있다. 등대 숙박체험 숙소와 등대기념관이 있는데 숙박체험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portbusan.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숙박 전월 1~8일 사이에 예약할 수 있고 20일께 이용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매주 금·토요일 무료로 머물 수 있다.
등대 관람 뒤에는 일제강점기에 마을 전체가 군사기지로 사용됐으며 지금도 당시 흔적이 남아 있는 외양포마을을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가덕도등대 (051)971-9710
해송에 둘러싸인 울산 울기등대
울산 12경의 하나인 대왕암 송림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꼽힌다.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1만5000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울기등대는 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대왕암공원에 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등대로, 일제강점기인 1906년 처음 불을 밝혔다. 옛 등탑은 건립 당시 높이가 6.1m였으나 주변 소나무가 자라면서 등대를 가리자 3m를 증축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점점 울창해지는 송림 때문에 바로 옆에 높이 24m의 신 등탑을 세웠다.
앞뒤로 나란히 선 등대를 만난 뒤 대왕암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대왕암으로 가보자. 箏肉【?계단을 내려와 대왕교를 건너면 문무대왕 비의 호국 전설을 간직한 대왕암이 있다. 죽어서도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에 따라 경주 앞바다에 만들어진 문무대왕의 수중릉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울기등대와 연계해 둘러볼 만한 곳은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다. 장생포고래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고래 박물관으로, 1986년 포경이 금지된 뒤 사라져가는 포경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여행의 마무리로 태화강 십리대숲에 가보는 것도 좋다. 시원한 대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울산시청 관광진흥과 (052)229-3893
용의 꼬리를 밝힌 빛 - 울진 죽변등대
울진군 죽변곶은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지역으로 용의 꼬리를 닮아 ‘용추곶’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 있는 죽변등대는 높이 16m의 흰색 팔각형 콘크리트 건물로 1910년 점등을 시작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선형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이 나온다. 각층 천장의 태극무늬가 인상적이다. 등탑 꼭대기에 이르면 죽변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죽변등대 주변에는 대나무가 많다. 등대 쪽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듯한데, 막상 대숲에 들어가면 어른 키를 넘길 정도로 크다. 구불구불 이어진 대숲 길은 ‘용의 꿈길’이라고 부른다.
용의 꿈길 시작 지점에서 바다 쪽으로 보이는 집이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인 ‘어부의 집’이다. 바위 절벽에 우뚝 선 짙은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세트장에서 내려다보이는 백사장이 하트처럼 생겼다고 ‘하트 해변’으로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커플도 많다. 해안에 암초가 많아 암초 지대에 모래가 쌓여 해변이 하트 모양이 된 것이다.
울진은 금강송의 고장이기도 하다. 경복궁을 지을 때 쓰였다는 울진 금강송의 자태를 감상하려면 금강소나무 숲길(uljintrail.or.kr)이 제격이다. 죽변등대 (054)783-7104
돌고래가 뛰노는 절경 - 진도 하조도등대
진도 조도면 일대는 섬들이 새떼처럼 펼쳐진 곳이다. 조도군도의 170여개 섬 중 하조도는 ‘어미 새’ 같은 품새를 자랑한다. 조도라는 섬 이름도 새의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하조도등대는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도 유명하다. 바다와 연결된 등대 주변은 온통 기암괴석이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이른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연출한다.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왔다. 흰 탑에 붉은 지붕이 도드라진 등대는 맑은 날이면 약 42㎞까지 그 빛을 전한다. 등대 입구의 세로로 새겨진 태극 문양은 등대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등대 앞마당에는 종, 사이렌, 점멸기 등 옛 길잡이 역할을 한 기구가 전시돼 있다. 등대 앞에는 돌고래 조형물이 있는데, 실제로 하조도등대에서는 종종 돌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대를 다녀온 뒤 들르기 좋은 하조도 남쪽의 신전마을은 아늑한 어촌 풍경과 솔숲, 모래 해변을 갖춘 곳이다. 섬 언덕에 조성된 한옥마을에서 민박도 할 수 있으며, 이곳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408
근대사의 아픔마저 안았다 - 군산 어청도등대
1912년부터 빛을 밝힌 어청도등대는 일제강점 시절 일본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세웠다. 어청도등대를 만나는 여정은 쉽지 않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30분, 선착장에서 산길을 걸어 30분을 더 가야 한다. 하지만 절벽 위 하얀 등대가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 힘든 기억마저 눈 녹듯 사라진다.
어청도등대는 100여년 전에 세워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본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하얀 등대는 입구에 삼각형 지붕을 얹은 문을 달았다. 등탑 윗부분에는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모티브로 장식해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과 해송, 하늘의 파란색, 바다의 짙은 녹색이 조화를 이루면 마치 동화 속의 집을 보는 것 같다.
어청도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 있다. 보령시의 외연도·녹도가 걷는 내내 길동무가 되고, 재선충으로 인해 고사목이 된 소나무도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마을 중앙에는 2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치동묘가 있다. 어청도란 이름을 지은 중국 제나라 사람 전횡을 모시는 사당으로, 어청도의 안위와 주민들의 풍어를 비는 제사의 토속신앙 대상이 됐다. 어청도 항로표지관리소 (063)466-4411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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