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014 기업체 노동비용조사’를 통해 지난해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체 3388곳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이 467만원으로 전년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비용은 3.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마당에 노동비용만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노동비용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더 걱정스럽다. 지난해 임금 상여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전년 대비 2.1% 증가에 그친 반면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은 4.5% 늘어났다. 특히 간접노동비용 가운데 퇴직급여는 10.8% 늘어난 데 비해 교육훈련비(-5.4%) 채용관련비(-5.7%) 등은 크게 감소했다. 기존 근로자를 과보호하느라 신규채용과 교육훈련을 줄이는 처지라면 기업의 경쟁력이 어찌될지는 뻔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의 주력업종인 자동차산업이 치솟는 임금에 속수무책이 되면서 위기로 내몰리는 게 단적인 사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9234만원에 달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임금이다.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한 노동비용이 2007~2014년 연평균 6.6%나 증가한 결과였다. 반면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연평균 노동비용 증가율은 각각 -0.4%, 0.1%, -6.6%, -4.1%였다. 오히려 감소하거나 거의 제자리에 그쳤다.
그렇다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당 투입시간(HPV)이 지난해 국내 업체는 26.4시간인 반면 일본 도요타는 24.1시간, 미국 GM은 23.4시간이었다. 현대차 공장만 봐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공장 HPV는 26.8시간으로 미국(14.7), 중국(17.7) 등 현지공장과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노동비용이 이렇게 증가하면 다른 제조업도 더는 견디기 어렵다. 한국 제조업의 운명이 노동개혁에 달렸다고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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