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동파업 거부한 한진중공업 노조의 결단

입력 2015-08-30 18:04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조선사 노조 공동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를 주축으로 한 조선사 노조가 동반 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나온 이례적 결정이다. 이 회사 김외욱 노조위원장은 한경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의 문제는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산업의 처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발주물량 축소와 해양플랜트 사업 부진 등으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사이에서 말 그대로 ‘샌드위치’다. 공동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3사는 지난 2분기에만 4조7000억여원의 적자를 냈고 상반기에는 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조의 파업 명분은 사측의 잘못으로 경영위기가 발생했는데 임금을 동결하는 등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공동파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지금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노사가 합심해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잘잘못을 따지며 파업을 하겠다니 자살행위와 뭐가 다른가.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참가 노조원에게 기본급의 70~100%의 현금 또는 상품권까지 주기로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그런 점에서 한진중공업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노조 스스로 임금 삭감을 결의해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루 손실만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 이렇듯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 기사가 되고 뉴스가 되는 게 지금 한국 노동현장의 현실이다. 한진중공업은 과거 생산직 정리해고를 계기로 크레인 농성과 소위 ‘희망버스’ 시위로 몸살을 앓은 업체다. 하지만 새로운 노조가 들어서면서 과거 투쟁 일변도의 회사 분위기를 쇄신, 2013년 5년 만에 수주를 하는 등 거듭 태어나고 있다. 제2, 제3의 한진중공업이 나와 우리의 노동현장도 상식이 통하는 곳이 될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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