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종자(種子)주권 지켜온 농우바이오, '농작물 한류' 싹 틔운다

입력 2015-08-28 07:10
Cover Story - 농우바이오

금보다 비싼 기능성 씨앗
매출 15% 이상 연구개발 투자…오이고추·스피드꿀수박 등 개발
고급 토마토 씨앗은 1g에 20만원

2020년 종자 수출 1억달러 목표
74개국에 366개 한국산 씨앗 수출…수출규모 2년새 100억 가까이 늘어
해외법인 세우고 맞춤형 종자 개발도


[ 고은이 기자 ]
경기 여주에 있는 농우바이오의 육종연구소.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비닐하우스에 익숙하게 들어선다. 이 분야에서만 10년 넘게 일한 채소 박사들이다. 국내 시장 1위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의 경쟁력은 주로 이 연구소에서 나온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롱그린맛 고추(오이맛 풋고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스피드꿀수박 등이 농우바이오에서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품종이다.

국산 종자 지킨다

올해로 창업 48년을 맞은 농우바이오는 국내 채소 종자(씨앗)시장의 27%를 점유하고 있는 토종 종자업체다. 외환위기 때 국내 유력 종자업체들이 다국적 기업에 팔려나갈 때도 농우바이오만은 ‘종자 주권’을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연구개발(R&D) 투자는 한순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매출 대비 15% 이상은 R&D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현재 국내 종자기업 수는 220여곳. 하지만 이 중 자체 R&D 능력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이 직원 수 5인 이하로 영세하다. 이 같은 국내 종자시장에서 농우바이오의 채소 종자 개발 기술은 독보적이다. 현재 농우바이오가 보유한 지식재산권만 품종보호권 56건, 상표권 23건, 특허권 16건에 달한다.

보통 종자 하나를 개발하려면 전문가가 7~8년을 매달려야 겨우 결과가 나온다. 신약 개발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농우바이오가 보유한 품종보호권은 지난 48년간 종자 개발에 힘을 쏟아부어 나온 결과물이다. 현재 농우바이오 직원 416명 중 175명(42%)이 연구인력이다. 그만큼 농우바이오가 R&D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보다 더 비싼 ‘씨앗’

생명공학과 육종(식물을 사람이 원하는 대로 개량하는 것)을 접목한 농우바이오의 핵심 기술은 이미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충에 강하고, 품질도 좋은 기능성 종자들을 한 해에만 40~50개씩 내놓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가들은 경쟁력 있는 농우바이오 씨앗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농우바이오 씨앗 품종은 323개에 달한다. 해외 거래 품종은 366개로 국내보다 더 많다. 일반 토마토 종자 1g은 5만~10만원대지만 고급형 토마토 종자 1g 가격은 20만원.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4~5배 더 비싸다. 일반 씨앗에 농우바이오의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그만큼의 부가가치가 생겨난 것이다. 서성진 농우바이오 마케팅본부 부장은 “같은 양을 파종해도 생산력이 훨씬 더 우수한 종자들이 개발되면서 농가들이 얻는 부가가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맞춤형 씨앗 개발

해외에서도 농우바이오 종자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해외 74개국에 수출 중이다. 국내 전체 채소 종자 수출액의 45%가 농우바이오 종자다. 지난해엔 국내 종자기업 중 최초로 2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중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농우바이오 5개 해외 현지법인들도 점차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5년 안에 터키, 브라질, 러시아, 스페인 네 곳에 해외법인을 더 세울 계획이다. 농우바이오가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곳들이다. 특히 터키엔 농장과 연구소를 함께 세워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농우바이오 수출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2012년 171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260억원까지 불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기간 22.0%에서 29.1%로 증가했다. 강항구 농우바이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은 “해외 상품은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각 시장 맞춤형으로 개발한 것들”이라며 “해외 연구소들 간 유전자원 교류를 통한 새로운 유전자원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자 한류 선두주자

농우바이오는 2020년 종자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명 ‘케이시드(K-seed) 프로젝트’. 국내 종자의 신(新) 한류화다. 외환위기 때 다국적 기업의 인수 대상이었던 농우바이오가 이제는 종자 한류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농협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농협의 해외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작물인 옥수수 종자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채소 종자뿐 아니라 곡물 종자 개발 능력이 있어야 해외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역량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여주 육종연구소에 곡물연구팀이 신설됐다. 정용동 농우바이오 대표는 “현재 글로벌 15위권에서 ‘글로벌 톱10’ 기업으로 성장해 국내 종자 주권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