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자기업 팔릴 때 홀로 '한국 씨앗' 지켜…이젠 세계로 나갈 것"

입력 2015-08-28 07:00
Cover Story - 농우바이오

인터뷰 / 정용동 농우바이오 대표

종자 직접 개발 '연구중심 기업'
연매출 17~18%, R&D에 투자…연구원 중 석박사 인력 60여명

국산화로 농가 부담 줄여
과거 방울토마토 일본·유럽 종자뿐…국산 대추 토마토 '미니찰' 개발
병에 강한 고추로 약제비 절감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현 74개국서 150개국으로 확대…글로벌 채소 종자 역량 키울 것


[ 고은이 기자 ]
2000년대 중반까지 유행한 동그란 모양의 일본 방울토마토 품종은 과육이 단단해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당도가 낮았고, 과육과 껍질이 잘 분리돼 껍질이 치아에 낀다는 단점이 있었다. 농우바이오는 일본 품종과 차별화된 한국형 방울토마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9년 첫 연구에 착수했다. 기존 원형 대신 모양은 길쭉한 대추형에, 과육을 두껍게 했다. 8년간의 노력 끝에 당도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정용동 농우바이오 대표(사진)는 “대추형 방울토마토인 ‘미니찰’이 나오기 전엔 국산 방울토마토 종자(씨앗)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일본과 유럽 종자였다”며 “하지만 미苟?출시 이후 국산 비율이 70%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이전엔 한국 농부들이 외화를 주고 외국 종자를 사와야 했던 것을 농우바이오가 국산화한 것이다.

2009년 6300만원에 불과하던 미니찰 매출은 2013년 15억원까지 늘었다. 처음에는 대추토마토에 어색해하던 소비자들도 미니찰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수입산이 판치던 토마토 종자 시장에서 국산 종자를 육성한 대표적 사례다.

국산화되면서 농가 부담도 줄었다. 정 대표는 “세계적으로 토마토 종자는 같은 무게 금값의 3~5배나 될 정도로 값이 비싸다”며 “국산화하면서 종자 가격을 많이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최근엔 붉은색뿐만 아니라 노란색 오렌지색 대추토마토도 내놨다. 농우바이오를 글로벌 종자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정 대표를 지난 25일 경기 수원 농우바이오 본사에서 만났다.

▷농우바이오 제품 중 어떤 게 유명한가요.

“오복꿀참회, 스피드꿀수박 아세요? 배와 비슷한 단 맛이 나는 서호무와 육질이 우수한 까만 수박 까메요도 있습니다. 대추형 토마토인 미니찰은 2013년 대통령상까지 받은 품종입니다. 시장 조사를 거쳐 새로운 채소 종자를 끊임없이 육종하고 있습니다.”

▷종자를 직접 개발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국내 종자기업이 대부분 영세해 농우바이오처럼 자체 개발 역량을 가진 곳은 많지 않습니다. 연구개발(R&D) 투자 역량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농우바이오는 연매출의 17~18%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습니다. 시설 투자는 물론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농우바이오 연구원 중 석박사 인쨍?60명이 넘어요. 농우바이오는 연구중심 기업입니다.”

▷어떤 채소종자를 개발하고 있나요.

“다양합니다. 최근엔 일명 칼라병으로 불리는 ‘토마토 반점 위조 바이러스(TSWV)’에 견디는 힘이 강한 고추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그동안 고추가 TSWV에 걸리면 작물이 시들어 죽고, 같은 자리에 튼튼한 모종을 다시 심어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 고추 농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요. 마땅한 방제법도 없었습니다. 오는 12월부터 TSWV 내병성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하면 인건비와 약제비 절감 효과가 클 겁니다. 농민들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고요. 고추, 무, 배추, 참외, 수박 종자 분야에선 농우바이오가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인데요.

“외환위기 당시 국내 1~4위 종자기업이 모두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 국내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토종 유전자원도 함께 다국적 기업 손에 들어갔습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채소 유전자원이 많았는데 모두 해외로 넘어간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양고추입니다. 이제 청양고추 농가들은 종자를 사올 때마다 해외 기업인 몬산토에 돈을 내야 합니다. 당시 농우바이오도 인수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종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국내 종자산업이 영세한 상황에서 연구인력을 찾기 어렵진 않습니까.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국내 유력 종자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유능한 연구인력들도 많이 퇴사했습니다. 지금은 개인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종자를 육성하는 상황입니다. 인재풀도 구성돼 있지 않고요. 하지만 농우바이오가 국내 채소종자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은 데다 최근 농협에 인수되면서 기존 경험있는 연구인력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연구인력도 수혈했습니다.”

▷종자 수출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농우바이오의 국내와 해외사업 비중이 7 대 3 정도입니다. 이 비율을 뒤바꿀 겁니다. 세계 채소종자시장은 매년 7% 성장해 2020년엔 88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까지 종자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74개국인 수출 대상국부터 150개국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다국적 기업과 비교했을 때 한국형 채소엔 농우바이오가 강점이 있지만 토마토나 파프리카 같은 글로벌 채소 역량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기술 역량을 다국적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울 겁니다. 농우바이오의 육종 기술을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하면서 글로벌 채소 부문 역량도 빠르게 발전 중입니다.”

▷육종을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기존 관행적인 육종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립니다. 보통 7년, 길게는 10년도 걸립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을 접목하면 육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종자 고유의 특성에 기능성까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병에 강한 성질 같은 것을 넣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요. 유전자변형(GM) 종자에 대해서도 아직 한국에서 상용화는 안 되지만 미래 기술로 보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자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그동안 곡물 같은 식량작물 종자사업은 정부 주도로 진행됐습니다. 2012년부터 민간으로 이양됐지요. 농우바이오는 3년 전부터 곡물 중에서 옥수수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곡물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 있는 유명한 옥수수 박사도 채용했습니다. 국내 옥수수 연구원을 인도로 보내 품종 육성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스위트콘 시장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벼나 사료작물은 어떤가요.

“벼 육종도 초기 연구를 통해 접근해봤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벼 품종이 세계시장에 통하기엔 아직 제한적이란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료작물, 녹비작물도 시장조사 단계입니다.”

▷종자사업의 부가가치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종자산업은 농업 분야의 정보기술(IT)산업입니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얘기입니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국민의 먹거리를 해결해주는 분야니까요. 국가적으로도 미래성장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IT분야에 삼성전자가 있듯이 종자분야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국가대표 기업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기업 혼자 자체적으로 뚫기엔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정부가 인프라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요소를 기술, 자본, 자원이라고 봤을 때 기술은 이미 많이 따라잡았습니다. 이 중 括岵悶坪?확보가 가장 절실합니다.”

▷농우바이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세계 채소종자 시장에서 농우바이오 순위가 15위 정도 됩니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좋은 종자를 개발해 국내 종자시장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을 국산화할 예정입니다. 농가 수익도 오르고, 외화도 절감하고, 한국 종자가 세계적인 종자로 인정도 받게 될 겁니다.”

수원=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