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복수에 무릎꿇은 중국

입력 2015-08-27 19:06
현장에서

상하이 증시 폭락 사태 계기…투자자들, 정부 신뢰 '흔들'
각종 개혁 미뤄질 가능성…정책 후퇴땐 진짜 위기올 수도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 김동윤 기자 ]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의 기업인·관료·경제학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서구의 시각으로 중국을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이 떨고 있던 지난 24일 중국에서 10년간 근무한 한국 대기업 임원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주식시장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미국과 중국은 전혀 다르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4%까지 치솟았던 2010년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히려 연간 15.7% 하락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중국 남부 대도시 광저우에서 5년째 무역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는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인 친구들은 중국 경제를 얘기할 때 습관적으로 ‘우리 중국’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선 6월 중순 이후 중국인 친링湧?약속이나 한 듯 ‘우리 중국’이라는 표현을 안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실물경기가 과연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중국인의 믿음이 이번 증시 폭락사태를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지도부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도부는 ‘정부 개입’과 ‘시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그러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직전 중국 공산당은 “시장이 경제 운용에서 결정적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대외 개방 확대, 금리 자유화, 국유기업 개혁, 기업공개(IPO) 규제 완화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시장의 힘을 빌려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상하이증시 급락을 계기로 이 같은 개혁 과제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상하이 증권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7월 초 중국 정부가 내놓은 각종 증시부양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중국 정부가 시장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즉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정성’과 ‘능력’이 모두 의심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금융전문가는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1~2년 성장률 하락이 아니라 개혁개방 정책 후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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