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 리스크'] "중국 위기 본질은 과도한 부채…경착륙 가능성 굉장히 높다"

입력 2015-08-26 18:31
(4) '위기 진앙지' 중국을 보는 엇갈린 시각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금융시장 격변·경기 둔화, 중국 정부 제대로 대응 못해


[ 뉴욕=이심기 기자 ] “중국 경기는 확실히 둔화될 것이며 경착륙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확신한다.”

미국 부동산 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중국의 부채가 너무 많아 중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는 26일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바로 경착륙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과거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한 저서 ‘이번엔 다르다’에서 “모든 금융위기는 빚이 너무 많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로고프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중국의 이번 위기 역시 전형적으로 여기(부채의 위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로고프 교수는 “중국에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중국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는 2007년 7조달러에서 2014년 중반 28조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82%로 미국(269%)보다 높다. 맥킨지는 중국 부채의 절반가량이 중국 부동산 시장과 연계돼 있고, 신규 대출의 절반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 외에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심판에 직면했다”며 “신용 하락과 채무재조정 과정에 휩싸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브라질 등 원자재 생산 국가의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아직 금융위기를 겪지 않고 있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붕괴는 사회적 붕괴로, 사회적 붕괴는 정치적 붕괴로 이어진다”며 “이것이 진정한 공포”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요동치는 금융시장과 경기 후퇴를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하지만, 지난 12일 발생한 톈진항 폭발사고가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수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고 있지만 얼마나 가용할 수 있을지, 얼마나 부드럽게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 케네스 로고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유로존 부채위기를 예측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이 다음번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