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대형가전 개별소비세 27일 인하…소비 진작에 총력
정부 "차업체 할인행사 땐 가격 더 내릴 것"
20만원 넘는 해외직구 과세운임 30% 인하
[ 안재석 기자 ]
정부는 26일 발표한 소비활성화 대책에 개별소비세 인하 등 올해 안에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책은 모두 포함시켰다. 반면 고용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은 빠졌다. ‘반짝 효과’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차 최대 200만원 싸져
정부는 이번 대책의 ‘대표 선수’로 자동차를 선택했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가 가장 크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27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5%에서 3.5%로 낮아진다. 공장도 가격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떨어지면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와 교육세 합계액의 10%)도 함께 인하된다. 전체적인 세금 부담은 30%가량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국산 대형차 중 인기가 많은 현대자동차 에쿠스 가격은 최대 204만원까지 줄어든다. 에쿠스 5.0 프레스티지의 경우 현재는 개별소비세 476만원, 교육세 143만원 등을 포함해 1억1150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하면 1억946만원에 구입이 가능해진다. ‘국민차’ 쏘나타 2.0 스마트는 2545만원에서 2498만원으로 47만원 싸진다. 그랜저 3.0 프리미엄과 제네시스 3.8 프레스티지는 각각 61만원, 111만원 낮아진다.
이번 세율 인하에 맞춰 자동차업체들이 할인 행사 등을 벌이면 판매 증대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금 자동차 구입계약을 하더라도 실제 출고가 내년 이후에 이뤄질 경우엔 세율 인하 혜택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이번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다섯 차례 실시됐다. 매번 효과가 적지 않았다. 세금 인하폭이 가장 컸던 2008년엔 월평균 자동차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고, 이번과 비슷한 수준의 인하조치가 이뤄졌던 2012년엔 월평균 14.4% 증가했다.
‘소비절벽’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내년부터 개별소비세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는 향수 녹용 로열젤리 개별소비세는 연말까지 7%에서 4.9%로 인하된다. 내년부터 개별소비세가 폐지되는 대용량 가전제품의 세율도 5%에서 3.5%로 낮아진다. 개별소비세가 없어질 때까지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보석 귀금속 시계 가방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20%)의 과세 기준가격도 27일부터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20만원 이상 ‘직구’ 선?줄어
주택연금 가입 요건도 완화된다. 고령층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주택 소유자가 60세 이상이어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요건에서 주택 가격 한도를 폐지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에 한해 주택연금 가입이 허용된다.
정부는 또 20만원이 넘는 물건을 해외에서 ‘직구(직접구매)’할 때 과세운임을 30% 깎아주는 식으로 세금을 줄여줄 계획이다. 병행수입한 제품의 사후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이번 대책으로 올 4분기 민간소비는 0.2%, 국내총생산(GDP)은 0.1%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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