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라이프] 사촌간 미국 식품점 경영권 분쟁…직원·소비자들의 '충성심'은 'CEO 능력·철학'을 향했다

입력 2015-08-25 18:26
글로벌 경영서 - 우리는 마켓 바스켓


[ 박수진 기자 ]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그런 일은 기업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 동부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료품점 체인인 ‘마켓 바스켓’에서 사촌 간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가족경영을 해오던 이 기업에서 롯데그룹과 비슷하게 친척들까지 분쟁에 연루됐고,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회복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특이한 점은 사촌과의 싸움으로 최고경영자인 아서 T 더글러스 사장이 물러나자 2만5000여명의 직원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파업에 나섰다는 점이다. 6주간 계속된 파업에는 회사 직원뿐 아니라 소비자, 협력사까지 동참했다. 나중에는 지역 정치인까지 가세해 축출된 경영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더글러스 사장이 친척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것으로 분쟁은 끝이 났고 회사 실적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올해 전반기에 전년 대비 4%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다. 매출은 지난해 41억달러에서 올해 48억달러로 17%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니얼 코스천 미국 드렉셀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켓 바스켓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우리는 마켓 바스켓(We are Market Basket)’이란 제목이다. 코스천 교수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직원과 소비자가 보여준 충성심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웨그먼스, 홀 푸드, 트레이더 조 등 동종 식품체인이 치열한 경쟁 속에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마켓 바스켓이 보여주는 꾸준한 성장의 저력은 무엇인지 등에 주목했다.

코스천 교수는 100년 가까운 마켓 바스켓의 경영 철학, 즉 직원과의 경영성과 공유, 성급한 확장 금지, 그리고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다는 원칙에 답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회사는 제품 가격이 경쟁 업체보다 평균 15.9% 싸면서도 수익성은 더 좋다. 지난해 직원에게 1억2900만달러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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