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큰 경기 전후 침·뜸, 부상 치료·통증 완화 입소문
광주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진료실 앞에 긴 줄 서기도
대만 2017년 유니버시아드, 일본 2020년 올림픽 때
한국 한의진료소 운영 검토
"한식·태권도·의료관광 결합, 한국 대표 상품으로 키워야"
[ 유정우 기자 ]
지난달 열린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선수촌의 한의과 진료실. 이른 아침부터 50여명의 선수가 진료실 앞에 줄을 섰다. 경기를 앞두고 통증 완화를 위한 진료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정훙창 대만 타이베이시 중의사협회 국제이사는 “이른 아침부터 한의 진료실에 늘어선 각국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선수들의 만족도가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며 “2017년 대만 선수촌에도 한의 진료실을 꼭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한의학에 대한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한의학은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스포츠 현장에서 활용하는 융합의료 분야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 사이에서 단순한 부상 치료를 넘어 통증 완화와 예방, 치유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침과 뜸을 활용한 치료는 각종 국제대회 등에서 도핑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도핑 걱정 없이 통증 치료…각국 ‘러브 콜’ 이어져
선수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한의 진료는 침술이다. 경기 전 허리와 무릎, 어깨 등의 만성적인 통증은 물론 불편한 부위를 침이나 뜸으로 치료하면 도핑에 대한 걱정 없기 때문이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중 한의진료소를 찾은 선수는 100개국 총 532명. 그중 절반이 넘는 382건의 진료가 고질적인 취약 부위에 대한 침술 치료였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허리, 무릎, 발목 등을 치료한 사례도 30%를 차지했다. 남자배구 국가대표 최홍석 선수는 “침과 뜸을 활용한 치료는 도핑 염려 없이 불편한 부위의 동작을 부드럽게 해줄 뿐만 아니라 관절 타박상은 통증을 빠르게 완화해줘 한의 진료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만 하계유니버시아드조직위 의료분과 위원인 정 이사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꼼꼼하게 준비된 영상물이 인상적이었다”며 “선수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에 요청해 대만 대회에도 한의진료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준비하러 온 도쿄올림픽시찰단은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선수들을 붙잡고 진료 소감 등을 물으며 설문조사를 했다. 시찰단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 배구와 태권도 등 주요 선수들이 한의진 消恬?찾았는데 만족도가 높았다”며 “도쿄 올림픽에 한의진료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의학 융합 의료 시장 300조…헬스케어 시장서도 주목
한의학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건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한의학은 지난 20여년간 크고 작은 국내외 대회에 참가해 선수단 진료 등의 봉사활동을 펼쳤지만 늘 양의학에 밀려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부터 한의학진료실 운영에 대한 공인을 획득했다. 동양의학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 공식적으로 별도의 진료소를 연 것은 한의학이 처음이었다.
생활스포츠와 연관성이 큰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의 변화도 스포츠한의학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서양의학에 기초한 화학약물 중심이던 세계 헬스케어시장이 동양의학 중심의 천연약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통의학을 활용한 세계 융합 의료시장 규모는 300조원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TO)는 2050년까지 세계 융합 의료시장이 60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정진 대한스포츠한의학회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는 물론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지원 활동을 펼치며 효과를 검증받아온 게 스포츠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높인 계기가 됐다”며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나 ‘허준’ 樗?인기에 힘입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최근 각종 대회 참여 요청은 물론 국제세미나 발표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강국 이미지 더해 세계 시장 공략 나서야
전통문화와 한식, 정신건강 및 의료관광 등과 결합해 ‘한국형 대표상품’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봉 아시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은 “세계 206개국에 진출해 있는 태권도는 나라마다 종주국인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스포츠한의학을 산업적으로 상품화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선수들의 재활치료 개념이 수술보다 치유 개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명상, 정신수양 등과 연계하면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의료관광 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한의학을 ‘K스포츠’를 대표하는 융합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육성 방안을 찾고 있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은 “한의학과 스포츠를 효과적으로 접목한다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재활의학시장을 보유한 독일처럼 진료는 물론 전문적인 교육, 관광 등과의 융합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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