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권력 남용 통쾌하게 응징한 게 흥행 비결"

입력 2015-08-24 18:38
관객 1000만 돌파 앞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악행 일삼는 부잣집 아들 얘기
모든 세대에 공감 준 게 주효
베테랑의 여유를 유머로 풀어


[ 유재혁 기자 ] 류승완 감독(42)의 형사영화 ‘베테랑’이 개봉 19일째인 지난 23일까지 관객 904만명을 모았다. 900만명 돌파에 걸린 기간이 ‘암살’보다 하루 빠르다. 투자배급사인 CJ E&M에 따르면 베테랑은 오는 27, 28일께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한 달 동안 암살에 이어 1000만 관객 영화 두 편이 탄생하게 된다. 형사영화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것도 처음이다. 2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얼떨떨합니다. 통쾌함을 주는 데 신경 썼지만, 관객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 권선징악이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명확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만들어 모든 세대가 편안하게 관람토록 한 게 주효했어요.”

베테랑은 집념의 형사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법망을 피해 다니는 망나니 재벌 3세를 응징하는 이야기다. “시대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도 흥행 요인입니다. 악의 존재는 우리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 각본을 쓰기 위해 1990년대 이후 재벌가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을 조사해 종합했어요. 특정한 재벌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권력을 남용하는 인물을 고발하려고 했습니다. 취재를 철저히 한 덕분에 가공의 인물이지만 관객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그는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베테랑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심경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지른 사건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일을 제대로 했더라면 국민이 패배감을 안고 살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여기서 저는 베테랑 형사가 자신의 소임대로 악을 사법제도 안에서 응징하도록 했습니다. 관객도 이 점에 공감했을 겁니다.”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유머도 또 다른 요인이다. 베테랑들의 여유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관객의 허리를 꺾어놓았다. “형사들이 실제로 마약 범죄자에게 수갑을 던져주면서 직접 차라고 한답니다. 또 도주하는 범죄자에게 차로 쫓아가 타라고 말하는 장면은 베테랑의 여유를 담아냈지요. 저는 늘 유머를 넣는데, 이번에 특히 도드라진 듯싶어요.”

명대사도 인상적이다. 류 감독은 일상에서 인상적인 말을 메모해둔다고 했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어?” 등의 대사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팍 터뜨려 줌으로써 갈채를 받은 거라고 설명했다. ‘재벌’로 분류할 수 있는 CJ그룹에서 투자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까.

“사실 대본을 써놓고 투자?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투자팀은 대중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정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 만든 소시지와 ‘맛밤’ 등을 촬영 현장에서 듬뿍 지원받았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흥행성과 대중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흥행작 속에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전작 ‘베를린’(716만명)은 신념에 따라 사는 북한 사람이 아내의 목숨을 살리지 못하는 이야기였지요. 흥행작에는 또한 만드는 사람들의 진실도 담겨 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관객이 원하는 방향과 잘 맞아떨어질 때 흥행에 성공합니다.”

류 감독은 충무로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졸(한영고) 출신으로는 드물게 흥행 감독으로 성장한 데다 아내인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와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제작자인 셈이다.

“강 대표의 미덕은 창작자인 감독을 존중하는 자세를 지녔다는 겁니다. 가급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도 장점입니다.”

고졸 출신이란 점은 학벌을 비교적 덜 따지는 충무로에서도 핸디캡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단편 ‘다찌마와 리’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기회를 잡았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누구나 자기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수많은 선배를 롤모델로 삼았지만 제 길과는 달랐어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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