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꺼질수록 과잉투자 늘어나
경제불안, 중국 정치변동 만들 수도
2017 경제위기 이미 시작되었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반미세력의 오도된 세계관 덕분에 3조원 이상의 환투기 자금을 모두 털어먹었던 것이 키코 사태였다는 것은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떠오르는 중국’ ‘미국에 맞짱 뜨는 중국’ ‘G1 중국’에 도취한 인간들이 고통을 당할 순간이지 싶다. 한국인은 그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다.
허풍의 외교무대에서 아마도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왕양 부총리 정도인 것 같다. 그는 지극히 합당하게도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의 중국 측 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 SED는 지난 6월 하순 미국에서 열렸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위안화 환율이 주된 의제였고 북한의 핵병진 노선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북한의 핵병진 정책을 비판했다지만 목함지뢰로 응수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을는지. 지난 6월 회담은 오는 9월 시진핑의 방미를 조율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고로 오바마는 시진핑, 푸틴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국 대통령 최고의 시즌을 맞고 있다. 그렇게 백악관의 문지방이 닳고 있다.
왕양은 지난 6월 회의에서 “대국굴기는 없다, 도광양회로 돌아간다”며 겸손을 떨었다고 한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도 참석한 이 회의에서 일부 미국 측 인사들은 위안화가 고평가돼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위안화는 4.6%나 크게 절하되면서 중국 경제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7% 성장률지표도 의심받고 있다. 중국은 아직 수출용 환율을 관리해야 하는 개도국에 불과하다는 자백과 함께였다. 돌아보면 왕양의 말은 위신도 체면도 다 구겨야 하는 마당에 무슨 대국굴기냐는 자책이기도 했다. 왕양은 지난해엔 “세계 경제 질서는 미국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한동안 세계의 공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위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되고 말았다. 경제성장률이 10%에서 7%로, 다시 7%에서 5%로 떨어지면 성장률 하락분만큼은 모조리 과잉투자로 돌변하게 된다. 과잉투자는 경제 위축으로 돌아오고 위축분은 다시 과잉투자가 된다. 거대한 과잉투자의 쓰나미가 덮쳐올 것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인민은행이 돈을 푼다고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에는 풀려난 돈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효율적 배분 기능이 없다. 또 국영산업 체제에서 효율적 금융중개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상태에서 주요 산업에서 과잉투자의 흙탕물이 범람하게 되면 한국에도 재앙이 밀려온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적 혼란이 격렬한 사회변동으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그것은 토네이도의 발생과 확장처럼 모든 성취물들을 한꺼번에 회오리 속으로 빨아들이면서 자가증식할 수도 있다. 시장경제가 종종 격심한 주기적 부침을 겪는 것은 이런 자동조절 기능 ㏏?甄? 세계 경제는 대략 8년에 한 번씩, 한국 경제는 대략 10년에 한 번씩 주기적이고도 격렬한 조정을 겪는다는 것도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도 한국의 1980년대 초반에 비견되는 격렬한 공급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 주기들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면 파도는 증폭 현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모두가 2017년을 주목해왔다. 그러나 예견된 사태는 지연되거나 빨리 온다.
중국의 정치변동이 경제적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잘못 해석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성공을 증명하는 것이다. 성공은 내부의 모순을 격화시키고 기어이 질적 변화를 촉발시킨다. 마르크스는 종종 옳은 말도 했다. 흔히 경제 성장이 민주주의를 촉진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중국에 대한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6월 민주화 항쟁은 소득 4000달러에서 시작됐다. 중국은 이미 8000달러다. 그동안의 인플레를 감안하면 시간표가 좀 느슨하게 짜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어떻든 아주 위험한 체제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주인이라고 느끼는 대중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면 사회소요나 폭력적 대결도 불사한다. 위기는 예고됐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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