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금빛 찬란한 천년고도(千年古都) 부처의 미소를 만나다

입력 2015-08-24 09:01
황금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



“밍글라바!”(안녕하세요) 여행 내내 입속에서 맴돌며 만나는 사람마다 건네게 되는 말이다. 미얀마는 이상한 나라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을 만나면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금빛 찬란한 파고다(佛塔)를 맨발로 걸으면 물질적 욕심보다 겸허함과 무소유를 배우게 된다. 불교가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 된 나라, 사람들의 미소가 부처님을 닮은 나라. 하루를 묵어도 천년의 휴식을 얻고 1주일이 마치 하루처럼 짧게 느껴지는 나라가 바로 미얀마다.


바간 왕조 최초의 파고다 셰지곤

미얀마는 ‘파고다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년 고도(古都) 바간에만 3500개가 넘는 파고다가 숲을 이루고 있고, 양곤에는 미얀마인들의 자존심인 셰지곤을 비롯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파고다가 바다를 이룬다.

파고다(Pagoda)는 불탑의 영어식 표현이다. 부처의 사리와 유품 등을 안치하고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이지만 미얀마 사람들에게 파고다는 조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처님이 기거하는 집’으로 인식돼 언제든지 파고다에 와서 기도하며 편안히 쉬기도 하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바간에서 파고다 기행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셰지곤 파고다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셰지곤 파고다는 버마를 통일한 아노라타가 11세기 중반에 건립했다. ‘황금모래 언덕의 탑’이라는 별칭이 붙은 셰지곤 파고다는 종 모양을 하고 있고 인공벽돌로 만든 대부분 파고다와 달리 사암(砂巖)을 깎아서 만들었다.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치사리(齒舍利) 4과(顆)를 코끼리 등에 싣고 돌아다니다 코끼리가 멈춰선 자리에 파고다를 지은 것이 셰지곤 파고다의 시작이라고 한다. 치사리가 봉안된 사원 안의 부처님을 친견하고 소원을 빌면 모두 이뤄진다 해서 미얀마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몰 명소 셰산도 파고다도 유명

‘우산의 뜻대로’라는 뜻을 지닌 틸로밍로 파고다는 높이 46m의 3층 건물인데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틸로밍로에는 우산을 던져 그 자리에 파고다를 짓고 우산이 가리키는 왕자를 왕으로 세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금박을 붙인 아름다운 목조불상을 동서남북으로 모신 아난다 사원 역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박’ 모양의 뷰 파고다는 미얀마의 젖줄인 이라와디 강변에 있어서 석양 무렵 검붉은 태양이 탑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간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셰산도 파고다는 저녁 무렵 조금만 늦게 와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다. 셰산도 파고다는 가파른 계단의 손잡이를 꼭 잡고 고개를 숙이며 조심조심 올라가야 한다. 뒤를 돌아 보면 아찔하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숨이 차오를 때쯤 정상에 다다르면 드넓게 펼쳐지는 평원과 저녁햇살을 받으며 고고하게 서 있는 파고다의 모습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날씨가 좋은 날은 열기구 투어를 하는 풍경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고대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미얀마의 상징 셰다곤 파고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최대 도시 양곤에는 미얀마의 상징인 황금대탑 셰다곤 파고다가 위용을 자랑한다. 셰다곤 파고다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유명해져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긴 회랑을 지나면 에스컬레이터를 마주치게 되고 한참을 오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큰 규모의 파고다를 만나게 되는데 외벽을 모두 금박으로 입혀 놓았다. 올려다 보는 것도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은 꼭대기에는 대형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이 치장돼 있었다고 한다. ‘황금으로 치장한 다곤의 불탑 사원’이라는 뜻에 걸맞게 지금도 입장료 수입 일부는 외벽에 금박을 붙이는 데 쓴다.


물 위에 뜬 밭이 인상적인 인레호수

미얀마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가 북동쪽 샨 지방에 있는 인레호수다. 기다란 나무로 만든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수 있다. 길이 22㎞, 폭 11㎞의 장대한 호수여서 하루에 돌아보기에는 벅차다. 혜호 지역의 고산지대에 있어 이전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던 곳이다.

호수에는 소수민족인 인따족이 거주하는 20여개의 수상마을이 있다. 인레호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쭌묘, 즉 수중 경작지이다. 쉽게 말하면 물 위에 뜬 밭이다.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그곳에 채소와 각종 과일 등을 재배해 미얀마 전역에 공급한다. 물 위에서 열리는 오일장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인레호수만의 독특한 풍광이다.

쭌묘의 좁은 수로 사이로 모터보트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린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수평선이 보이는가 하면 통발을 싣고 외발로 노를 젖는 뱃사공의 모습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인레호수 주변은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연사(蓮絲)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우기에 특히 많이 피는 분홍색의 연꽃 줄기에서 연사를 채취해 스카프와 옷가지를 만든다. 연사로 만든 옷이나 스카프는 가격이 비싸지만 친환경적이고 빛깔도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꼭 사고 싶어하는 물건이다.

여행 Tip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양곤 직항을 운행 중이다. 바간으로 향하는 길은 보통 양곤에서 냥우행 항공을 이용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15~1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보통 국내선 항공을 이용한다. 국민의 85% 이상이 불교도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치안 상태도 좋다. 화폐단위는 짯(kyat)이며 원과 환율 차이가 거의 없다. 달러는 신권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북쪽 인레호수 지방은 낮에는 더워도 저녁이나 아침 기온은 뚝 떨어져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이순향 여행작가 pkangr@hanmail.net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