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 기자 ]
럭셔리 패션업계의 올 가을·겨울(F/W) 여성복에서도 ‘절정에 달한 복고 열풍’이 특징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나팔바지가 전면에 등장했고, 날씬한 허리를 부각시켜 주던 허리벨트 스타일 등이 다수 선보였다. 색감 측면에서는 가을과 겨울에 전통적으로 인기를 끄는 검정색이 여전히 주목받는 가운데, 과거에는 이 계절에 잘 쓰지 않던 핑크색을 함께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굳건한 블랙 의상
가을과 겨울 패션의 대표적인 주력 색상인 검정색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담백하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블랙의 매력은 다른 색상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인지 패션쇼인지 헷갈릴 정도의 음침한 올 블랙 의상부터 화려한 레이스를 단 빅토리안풍의 의상까지, 블랙을 활용한 다양한 여성복이 무대를 수놓았다. 구슬 장식을 더한 올 블랙 스커트나 흑백의 장미 그림을 커다랗게 그려넣은 드레스도 주목받았다. ‘알렉산더 왕’은 컬렉션 전체를 블랙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로맨틱한 핑크 파워
쌀쌀한 계절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핑크색이 이번 시즌에는 럭셔리 패션의 주류 컬러로 뛰어올랐다. 담백한 옅은 핑크부터 강렬한 핫 핑크까지 두루 활용되면서 디자이너들의 ‘핑크 예찬’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화려한 레이스를 두른 핑크 드레스로 로맨틱한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은은한 광택의 핑크색 바지에 검정 재킷을 함께 입으면 핑크의 화사한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상의와 하의는 어두운 계열의 색상을 입은 뒤 핑크색 롱코트를 걸쳐 밝은 느낌과 묵직한 느낌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큼직한 왕 벨트
1980~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허리 벨트도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벨트는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의 하나였다. 재킷이나 블라우스 위에 큼지막한 벨트를 둘러 날씬한 허리 선을 뽐내곤 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그때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컬렉션 전반에서 단단하고 두툼한 허리띠를 활용했다. 통가죽으로 된 깔끔한 디자인부터 금장과 둥근 버클을 박아 넣은 화려한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원피스, 재킷, 모피 등 다양한 옷에 가죽 밴드를 둘러 고전미를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복고풍 바지의 귀환
‘마르니’ ‘스텔라 매카트니’ ‘드리스 반 노튼’ 등 여러 해외 브랜드는 패션의 시계를 40년 전으로 되돌렸다. 벨 보텀 팬츠, 테이퍼드 핏과 같은 옛스러운 스타일의 바지가 주류를 이뤘다. 허벅지는 착 달라붙고 무릎부터 밑단까지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실루엣은 걸을 때마다 하늘하늘 움직이며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의 바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스코 바지라고 할 수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넉넉한 통바지를 선보였는데, 이를 재킷과 함께 매치해 간결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