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삶과 사랑

입력 2015-08-23 18:59
중국 소설가 비페이위 '마사지사'


[ 박상익 기자 ] 중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소설가 비페이위(사진)는 기자 시절 장이머우가 감독한 영화 ‘트리이어드’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해 각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전업 작가로 변신해 20여편의 소설을 발표했고 난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동안 난징특수교육사범학교에서 시각·청각장애인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장편 《마사지사》(문학동네)는 그의 이런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난징 외곽의 한 마사지숍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쭝치마사지센터에서 일하는 10여명의 시각장애인 마사지사가 등장한다. 닥터 왕과 샤오쿵을 비롯해 사푸밍 사장 등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닥터 왕은 선천적 시각장애를 지닌, 스스로 벌어 먹고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자다. 건장한 체격에 성실함까지 지닌 그는 여자친구 샤오쿵을 마사지숍 사모님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숍에는 진옌과 쉬타이라이라는 또 다른 안마사 커플이 생활하고 있다. 닥터 왕의 친구이자 사장인 사푸밍도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가게를 운영한다. 하지만 닥터 왕은 동생이 진 도박빚으로 압박을 받고 마사지센터에서도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소설은 시각장애인 마사지사의 삶과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인에게 갖는 동정의 시선 대신 철저하게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작품을 이끌어간다. 언뜻 들으면 사소해보이지만 면밀한 관찰이 없으면 쓰기 어려운 장면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학미 넘치게 그려진다.

“맹인들의 일반적 연애 방식이라 함은 한마디로 ‘소란 속의 고요’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구석을 찾아가서 고즈넉이 자리에 앉아 있거나, 아니면 말없이 서로를 꼭 껴안거나, 말없이 입을 맞춘다. 그러고 나서 손을 맞잡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있는 것이다.”(260쪽)

작품 속 이야기를 따라 들어가면 사랑에 장애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오히려 눈을 뜬 연인들이 서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따뜻하고 애틋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488쪽, 1만55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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