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남북대화] 남한, 대북 심리전 지속…북한은 잠수함 50여척 이동

입력 2015-08-23 18:03
고위급 접촉에도 긴장 고조

북한, 전형적 화전양면 전술
전방부대 포병전력 2배로…기지 이탈 잠수함 식별 안돼

남한, 최고수준 경계태세 유지
미군 정찰위성 등 활용 북측 움직임 실시간 감시


[ 최승욱 기자 ] 남북이 지난 22일과 23일 잇달아 고위급 접촉을 하고 대화에 나섰지만 군사분야에선 서로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우리 군은 남북 접촉과 무관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북한은 잠수함 기동을 늘리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23일 기지를 빠져나와 동해와 서해에서 기동 중인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은 50여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보유 중인 로미오급(1800t), 상어급(325t), 연어급(130t) 등 잠수함과 잠수정 77척 중 70%가량이 기지에서 나왔다. 군 관계자는 이날 “잠수함과 잠수정의 기지 이탈 비율이 평소의 열 배로 급증했다”며 “단일 출항 규모로는 6·25전쟁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처럼 잠수함을 대거 기동시키고 위치마저 식별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逑記?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로 폭침당했다.

군은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대잠헬기 ‘링스’를 탑재한 구축함과 호위함, 해상초계기 ‘P-3C’를 추가 배치하고 잠수함을 통한 탐지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209급(1200t급) 9척과 214급(1800t) 4척 등 13척의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군 포병 부대 중 진지 및 지하갱도 등에서 나와 사격대기 상태로 들어간 전력도 지난 21일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 군도 최대 사거리가 36㎞로 36발의 로켓을 장전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포 ‘구룡’ 등 화력장비를 긴급 보강 중이며 엄폐된 진지에서 수분 내 응사할 수 있는 K-9 자주포 비율을 높이고 있다.

북한군은 21일 최고사령부가 전방부대에 명령한 ‘전시상태’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증강 배치한 병력과 화기를 유지한 채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화전양면 전술’에 따른 것으로 군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압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 다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회담이 끝내 아무런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추가 일정도 잡히지 않을 것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오판으로 3차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한 뒤 미군 정찰위성 등 각종 감시 장비의 도움을 받아 북한군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미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공군이 22일 낮 F-15K 전투기 4대로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할 때 주한미군은 F-16 전투기 4대를 함께 띄워 연합방위태세를 과시했다. 북한군의 공세적인 움직임에 따라 주한미군도 북측에 훨씬 위협적인 전략자산을 투입할지도 관심거리다. 작년 2월 미군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서해 직도 상공에 출격시키자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