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코오롱인더스트리
인터뷰 /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사고(思考) 확 바꿔 성과 99배 늘려라"
임직원들에 '공격본능' 강조
산업자재 부문 글로벌 영토확장
중국에 제2 에어백 생산기지 구축
[ 송종현 기자 ]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사진)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후 최근까지 언론 접촉을 최대한 자제했다. 2009년부터 미국 듀폰과 치른 아라미드 섬유(같은 무게의 철보다 강도가 5배 센 섬유)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였다. 그는 원래 회사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지만, 언론 노출이 안 되면서 ‘은둔형 CEO’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난 5월 듀폰과의 소송이 마무리된 뒤 박 사장이 원래 스타일인 ‘공격본능’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요즘 임직원들에게 “사고와 행동을 공세적으로 전환해 성과를 종전보다 99배까지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IR팀에는 “어느 순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자자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투자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설명하라”고 강조했다. 코오 藍灌村뵈???변화를 이끌고 있는 박 사장을 경기 과천 본사에서 만났다.
▷듀폰과의 아라미드 섬유소송 기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압니다.
“‘듀폰과 소송 중인 회사’라는 게 거래처에 다 알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외 영업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습니다. 아라미드뿐 아니라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였지요.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직원들이 미국 출장도 자제했으니까요. 지금은 무너졌던 거래처를 다시 회복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까.
“소송이 끝난 뒤 영업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적자를 봤던 아라미드 사업은 올 들어 매월 적자폭이 줄어들다가 지난 6월에 월간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한때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던 경북 구미공장의 아라미드 생산시설 가동률은 95%까지 올라갔습니다. 하반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봅니다. 구미공장 가동률이 100%로 올라가고 흑자 기조가 정착되면 다음 단계로 증설을 고려할 겁니다. 구미공장에 추가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이미 확보해 놨습니다. 다만 증설시기는 고민해 봐야 합니다. 당장 추진할 사안은 아니고 적절한 시점에 검토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증가한 7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산업자재부문에서 타이어코드(탄성과 내구성을 확대하기 위해 타이어에 함유시키는 섬유), 에어백 및 자회사 코오롱플라스틱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주력 제품들이 실적 개선 추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타이어코드는 현재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에어백도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산업자재 부문에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포드자동차에 장착될 에어백 쿠션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중국 쥐롱시에 제2에어백 생산기지도 구축했습니다. 중국 난징에 있는 제1에어백 공장은 사이드커튼 에어백 생산라인의 증설을 완료해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타이어코드 사업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타이어코드 사업은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증설로 인해 시장에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었죠. 지난 2년 동안 사업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이 많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100%에 육박하는 가동률을 회복하게 됐습니다.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을 통해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아라미드 섬유가 함유된 타이어코드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신제품입니다. 내구성과 탄성이 좋아 초고가 차량이나 레이싱 머신에 장착되는 타이어에 주로 사용합니다.”
▷화학부문은 어떻습니까.
“올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사업부문이 될 겁니다. 주력 제품인 석유수지는 작년에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시설을 100%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요. 올해 들어 환율이 상승하고 원료가격이 안정세를 지속하는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매출비중이 작은 페놀수지와 에폭시수지도 역시 가동률이 상승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부진을 겪고 있 ?필름사업은 어떤가요.
“필름부문 실적도 작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년 4분기에 적자를 보던 생산설비를 폐쇄해 적자요인을 줄였습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쪽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현재 필름시장 상황이 매우 나빠 실적개선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및 차별화된 제품개발로 새 시장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몇 년 전부터 프리즘필름, 터치스크린용 인·주석 산화물필름(ITO) 등을 개발해 납품허가를 받았습니다. 신규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아 빠른 턴어라운드로 이어지고 있진 않지만, 꾸준히 역량을 키워 시장 회복기에 신속히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다.”
▷패션사업(FnC) 부문의 경우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웃도어 의류에 대해서는 ‘산에서만 입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입는 것’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코오롱FnC 부문은 2011년부터 스타일이 좋으면서 캐주얼한 느낌의 코오롱스포츠 트래블 라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생산물량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2007년에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흑자전환이라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의 성과와 앞으로 전략을 설명해 주십시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중국에서 매장을 215개까지 늘려 작년보다 매출을 12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 뒀습니다. 올해에는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겁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T몰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 베이징의 고급 쇼핑몰인 신 ㅓ돝峙蓉?÷?매장을 리뉴얼하고 동방신천지 매장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한 점 등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전용 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기획물량 또한 확대하고 있습니다.
▷쿠론, 슈콤마보니와 같은 특출난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융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역량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해 그들의 디자인 역량 등 장점을 극대화하고, 코오롱FnC부문의 영업력과 기획력, 마케팅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내려고 했습니다. 쿠론,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가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여성복과 핸드백, 구두 브랜드를 추가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졌습니다, 이런 성과는 기존의 브랜드 관계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됐습니다.”
▷건대입구역 근처에 개장한 신개념 매장 커먼그라운드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상권에 진출함으로써 해당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기쁩니다. 이제 막 창업한 새내기 사업자들,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청년 사업자들만을 입점시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식 상생협력인 셈이지요. 커먼그라운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 3호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떻습니까.
“계절적 요인으로 비수기에 들어가는 FnC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3분기에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