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26조원 이익에도 또 납품가 쥐어짜는 도요타

입력 2015-08-20 18:11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하청업체들에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해 하반기(10월~내년 3월)부터 납품단가를 0.5~1% 수준 인하해달라는 요청서를 관련 450개 협력사(1차밴드)에 보냈다는 것이다. 엔저의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기업이 도요타다. 지난해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조7505억엔(약 26조3000만원)에 달했다. 올해는 2조8000억엔까지 예상하고 있다. 그런 회사가 다시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는 것이다. 섬뜩한 충격이다.

도요타가 내세우는 납품가 인하의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철광석이나 구리 등 부품 소재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고 그동안 납품 가격을 동결해 부품 업체의 경영 및 임금 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일본 주요 부품업체 82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나 증가했다.

도요타는 경영의 본질이 원가절감에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 ‘가이젠(改善)’이나 ‘린(lean)’ 생산방식 등 온갖 경영 기법들을 만들어 내면서 피 말리는 원가 인하 노력을 전개한 기업이다. ‘잃어버린 20년’ 시절 엔고 파고를 넘어서려는 처절한 분투이기도 했다. 지금 영업이익이 26조원이나 된다지만 다시 하청기업들에 혁신을 요구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보편화한 글로벌 소싱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부품기업들과도 교霞構?있다. 오직 품질관리와 원가절감을 위한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국내 자동차 업계엔 우울한 소식만 가득하다. 올해 1~7월 국내 생산 완성차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다.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업계 노조들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임금피크제도 거부하고 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도요타는 또 저렇게 허리띠를 동여매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