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가 끝이 없다. 원유가 대표적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9일(현지시간) 배럴당 40.8달러로 내려가 올 들어서만 23% 넘게 떨어졌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배럴당 47~48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국제유가가 1999년 수준인 15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구리, 니켈, 주석 가격은 올 들어 20% 이상 내렸고, 아연과 알루미늄도 16%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중국 등의 수요 급감, 신흥국에 투자했던 해외자본의 대거 이탈 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 파장이 심상치 않다.
당장 자원 수출국들은 비상이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통화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자원부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31%나 떨어졌고, 세계 1위 가스수출국인 러시아 루블화 역시 17.4%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 칠레 페소,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도 11% 넘게 하락했다. 성장률은 회복 기미가 없다. 브라질은 2014년 0.1%였던 성장률이 올해는 -1.3%로 더 나빠질 것이란 게 세계은행의 전망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0.6%에서 올해는 -2.7%,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4.0%에 이어 올해 -5.1%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중동 산유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부족해진 재정을 충당하느라 국채까지 발행하는 형편이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산유국 중에서 파산하는 나라가 나 ?것이란 소리가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과거 네덜란드 등이 겪은 이른바 ‘자원의 저주’를 상기시킨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유전에서 ‘잭팟’이 터진 뒤 고임금과 복지확대 등을 즐겼지만 치솟는 물가에다 제조업을 키우지 않은 탓에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1982년 바세나르협정으로 임금동결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천연자원이 많다고 여기에 기대다간 위기에 빠진다. 진정한 자원은 원자재가 아니라 땀과 노력이다. 부국(富國)이란 오로지 땀과 노력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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