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의미와 전망
성장 둔화에 절하 압력…미국 금리인상 대비 선제 조치
위안화 국제화·내수성장 전략이란 절상 요인 상존
달러당 6.5위안대 전망…위안화 자산 헤지 염두에 둬야
"1년 단기로 볼 때 연평균 절하율 5% 정도는 부담 없이 생각할 것이며,
이는 환율이 달러당 6.5위안대에 도달할 것임을 의미한다"
안유화 <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
중국 위안화의 기준환율은 외환거래센터(CFETS)가 매일 개장 전 모든 시장 조성자로부터 위안화·달러화 호가를 받아 최고·최저가를 제외한 뒤 가중 평균한 환율을 토대로 당일의 매매기준율을 결정해 공표한다. 외환시장에서는 공표된 기준환율의 상하 2% 내에서 위안화 가격이 형성된다. 중국 환율제도는 관리변동환율제다. 중국과 연간 무역액 100억달러 이상 국가의 통화인 유로·엔·홍콩 달러·한국 원화·싱가포르 달러·영국 파운드·말레이시아 링깃·러시아 루블·호주 달러·캐나다 달러·태국 바트 등 11개 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은 뒤 이들 통화와 미국 달러의 환율 움직임을 참조해 가 ?평균 방식으로 적정 기준환율을 산출한다.
그러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변동폭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환율을 관리한다. 지난 7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6500억달러인 데 비해 외환 현물시장은 3859억달러 규모밖에 안 된다. 따라서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환율은 정부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할 수 있다.
위안화는 지속적으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았지만 현물시장에서는 달러당 6.19~6.21위안 구간에서 움직였다. 이는 위안화 기준환율의 시장화 정도가 낮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일부 기관에서 의도적으로 위안화 환율에 대해 공매도를 시도했지만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모두 실패했다.
중국은 왜 ‘위안화 쇼크’로 불릴 정도로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최근 단행했을까. 인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 기간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4.66% 급락했다.
우선 중국 국내 경제 여건이 밝지 않다. 위안화의 지속적 절상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 줄면서 3분기 이후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로 자산가격 거품이 커진 것도 위안화 평가절하 필요성을 높였다. 실효환율이 낮은 상황에서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실물경제에서 레버리지를 낮추려는 정부의 의지와 상반되는 것이다.
사흘간 4.66% 평가절하
경제 구조조정에도 장애가 된다. 그동안 미 달러화가 강세임에도 위안화 환율의 변동이 없었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절상돼 있었다는 의미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은 높아졌지만 정부 개입으로 시장에서 해소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환율 개혁과 절하 조치로 3일 동안 약 4.66% 절하돼 이 부분은 거의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금융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이기도 하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면 자본 유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시점에서는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한 뒤 다시 안정적 환율을 유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시장 투명성 개선 조치로도 읽힌다. 5년마다 평가가 이뤄지는 SDR 통화 바스켓 구성은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상품과 서비스 수출 규모가 회원국 선두에 있고 둘째, 통화의 자유태환이 가능해야 한다. 올해는 주로 위안화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데, 중국이 이 두 가지 조건을 구비했느냐가 중요하다. 핵심은 위안화의 자유태환이다. 지난주 발표된 SDR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SDR 계산에서 위안화 기준환율이 참고환율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준환율과 시장환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준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추세적 평가절하의 전주곡?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의미가 있다.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기준가격 제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것 ?같은 맥락이다. 전날 은행 간 외환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외환 수급 현황과 국제 주요 통화의 환율 변화를 참조해 기준가격을 결정, 위안화 시장화 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당일 기준가격은 언제나 전날 종가 부근에서 형성되며 시장 수급 현황을 더 반영함으로써 기준환율 결정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위안화 전망은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이번 조정은 절하 압력을 한 번에 조정한 것으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30위안 부근에서 변동할 것으로 본다. 다른 이들은 이번 조정을 추세적 위안화 절하의 서막으로 보기도 한다.
위안화 기준환율 결정 메커니즘 개혁은 전 단계에서의 절하 압력을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정 기간 절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할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합리적 위안화 환율 구간이 중요하다.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한 이래 중국 정부의 연평균 위안화 절상률은 2.5~5% 구간에서 이뤄져 왔다. 따라서 1년 단기로 볼 때 앞으로 연평균 절하율 5% 정도는 부담 없이 생각할 것이며, 이는 환율이 달러당 6.5위안대에 도달할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거의 4.6% 절하된 상황이어서 목표에 가까워졌기에 일단락됐다고 판단된다.
2005년부터 위안화는 절상 추세를 이어왔고 누적 환수익률이 35%가 넘는다. 그동안의 절상 요인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세계 1위 외환보유액 확보 △미·중 간 금리 격차 확대 △내수 성장으로의 전환 △위안화 국제화 추진이다.
위안화 국제화·내 痔晥サ?변수
위안화 환율은 이 5개 요인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고 △FDI 증가율·무역흑자·외환보유액은 감소하고 있으며 △미·중 간 금리차도 축소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위안화 평가절하 요인이다. 그러나 내수 성장 전환과 위안화 국제화 추진은 여전히 ‘뉴노멀 경제’ 안착을 위한 전략적 조치로서 일정한 위안화 절상을 필요로 한다.
절하 요인이 절상 요인에 비해 단기적으로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와 내수 성장 안착을 위해 안정적인 위안화 가치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급격한 평가절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 3분기와 연말 경제성장률 추이에 따라 한 번 더 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유화 <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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