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임박
중국 경기둔화 겹쳐
[ 이심기 기자 ]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가 맞물리면서 자본이 급속히 유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말까지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의 순자본 유출 규모가 9402억달러(약 1111조원)에 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FT는 글로벌 투자은행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은 자금 이탈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 분기 동안 순유출된 4800억달러(약 567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며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간 신흥국에 유입된 2조달러 중 약 절반이 불과 최근 1년 새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자본 유출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2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콜롬비아(-20%) 터키(-18%) 말레이시아(-14%) 인도네시아(-9%) 등 남미와 동남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신흥국의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3.2% 줄었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에 “자본 유출로 신흥국 내수가 급감하고 주요 수입원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아직 바닥을 쳤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