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재의 노답캐릭] 소셜카지노, 쫄리면 뒈지시든가

입력 2015-08-19 10:32
수정 2015-08-19 12:14
<p>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영화 '21'에는 MIT 수학천재들이 미국 전역의 카지노에서 블랙잭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들은 확률과 통계를 이용해 블랙잭의 미리 나올 카드를 예측하는 '카드 카운팅' 기법을 익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다른 게임과 달리 블랙잭은 룰이 워낙 간단해 딜러를 이길 확률이 높아 보인다. 허상이다. 블랙잭이 실제로 돈을 따기 쉬운 게임이라면, 카지노가 이 게임을 허용할 리가 없다. 소셜카지노 시장도 마찬가지다.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 부딪혀보면 만만치 않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소셜카지노 개발이 쉽다고? MMORPG보다 어려워

현재까지 소셜카지노로 유의미한 성과를 얻고 있는 한국 게임사는 더블유게임즈와 미투온, 그리고 파티게임즈에 인수된 다다소프트 정도다. 더블유게임즈는 북미와 유럽 소셜카지노 게임 매출을 발판으로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시가총액은 1조원대가 예상된다. 미투온은 홍콩 상장을 위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소셜카지노 개발자들은 "회사가 크다고 소셜카지노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언뜻 소셜카지노 게임은 단순한 그래픽과 사운드, 반복적인 패턴으로 인해 개발이 쉬워 보인다. 마제스타와 협업해 소셜카지노 게임을 개발 중인 빅맨게임즈 관계자는 "소셜카지노 개발은 MMORPG보다 어렵다"고 단언한다.

"우리 회사 직원의 80%는 개발자들이고, 평균 연차를 따져보면 MMORPG 12년차 정도 된다. 그들도 카지노 게임 개발을 어려워한다. 슬롯머신은 물론, 테이블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면접볼 때 '쉬워 보이면 오지마라'고 이야기 할 정도다."

일단 소셜카지노의 기본이 되는 슬롯머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북미에서 슬롯머신이 인기인 이유는 북미 업체들이 슬롯머신을 잘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가 있다. 실제 슬롯머신 기계를 제작해 라스베이거스에 납품하는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북미의 IGT(Double Down Casino), Scientific Games(Jackport Party Social Casino & Gold Fish Casino), High5 Games(High5 Casino & Shake the Sky), Bally(Dragon Play) 등은 모두 실제 머신제조 업체들이다. High5의 경우 아예 오프라인과 똑같은 슬롯머신을 소셜카지노로 서비스한다.

이들 머신제조 업체의 경우 카지노에 수십년 동안 자신들이 만든 슬롯머신을 납품한 노하우가 있다. 성공하는 슬롯머신과 실패하는 슬롯머신의 차이를 안다. 이 경험을 고스란히 소셜카지노에 적용하기에 매출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슬롯머신의 핵심 기술 구현, 쉽지 않아

성공하는 슬롯머신과 실패하는 슬롯머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슬롯머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그림의 배열을 결정하는 수학적 로직(math model)이다. 그림들이 랜덤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가지고 움직인다.

슬롯머신에서 돈이 나가는 과정을 그래프로 그리면 요동치는 물결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 그래프를 얼마나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이 기술은 어렵다. 고객이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게 되는 심리적 한계에 직면했을 때, 기계는 돈을 토해내야만 한다. 이 심리 타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은 계속 돈을 잃어서도 안되고, 계속 잃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만약 머신이 돈만 토해내면 카지노 업체가 망한다. 반대로 확률이 너무 낮으면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는다. 손님들 중 누군가는 돈을 딸 수 있게 해야한다. 결과가 중복돼 누군가가 패턴을 알아챌 수 있어도 안된다.

페이아웃(payout) 비율은 각 업체마다 다르지만 약 95~97% 정도로 잡는다. 즉 100원을 투입했을 때 95~97원 정도는 사람이 딸 수 있게 설계된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면 오프라인 슬롯머신보다 대체적으로 확률이 높은 느낌이다. 물론 낮게 설정하면 90% 아래로도 떨어질 수 있는데, 이 부분에 정답은 없다. 페이아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로직이다.

슬롯머신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한 기계마다 10만~100만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친다. 만약 탑티어 급으로 로직을 잘 짠다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슬롯머신 기계를 직접 납품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 탑티어 급 기계를 제작하는 업체가 없다.(이러한 배경을 놓고 보면 더블유게임즈의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어떠한 테마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해외에서는 동화부터 동물원, 어드벤처, 영화까지 매우 다양한 테마로 슬롯머신을 제작한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의 보너스 게임을 추가해 유저들을 사로잡는다. 미투온의 '풀하우스 카지노'에는 당첨될 때마다 폭탄이 날아가 적을 공격하는 보스레이드 형식의 슬롯머신도 있다. 기본적인 룰이 비슷하기에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포커 같은 테이블 게임의 경우에는 매출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기본적으로 유저가 유저의 돈을 따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제 게임사로 들어오는 매출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토너먼트라는 것을 운영한다. 유저가 일정액의 참가비를 내고 토너먼트에 참가하면, 우승자를 가려 상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토너먼트를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가 게임의 매출과 직결된다.

소셜카지노, 한국 게임사들의 희망될 수 있나

그렇다면 한국 개발사가 북미 시장에서 슬롯머신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북미에서 매출 톱 10 안에 드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고, 수십억원의 페이스북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슬롯머신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에게는 벽이 높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너무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소셜카지노에 뛰어들고 있다"며 "해외의 잘 나가는 회사들은 이미 4~6년 전부터 소셜카지노를 만들어왔다. 지금부터 시작해 그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전했다.

다만 테이블 게임 중심인 아시아 시장에는 도전 해볼만하다는 시각이다. 한국에서 고포류 게임으로 다져진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개발사들은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로운 게임모드를 개발하고 오프라인 연계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현재 빅맨게임즈는 바카라에서 카드를 모서리 부분부터 천천히 패를 볼 수 있는 기능을 3D로 개발 중이다. 이른바 '쪼는 맛'을 위해서인데, 스마트폰을 살짝 드래그 하면 패를 천천히 볼 수 있다. 빅맨게임즈 관계자는 "전 세계 바카라 게임 중 처음 시도되는 기능일 것"이라며 "룰을 바꿀 수 없기에 표현에도 한계가 있다. 개발을 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제스타는 오프라인과 연계해 게임 내에서 얻은 포인트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여러 제휴처에서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는 북미의 '마이베가스'가 성공적으로 서비스 중인 모델이기도 하다. 마제스타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고객들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개발자들은 "소셜카지노의 특징은 게임의 플레이시간과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길다는 것"이라며 "기존 캐주얼게임이나 RPG보다 수명이 훨씬 길기에, 한번 성공하면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소셜카지노 시장에 앞서 진출한 더블유게임즈와 미투온은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을 늘려갈 계획이다. 미투온은 다음달부터 북미와 유럽, 그리고 호주에 진출한다. NHN엔터테인먼트과 네오위즈 등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과연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시장이다. 실제 카지노 테이블처럼 누군가는 성공하겠지만 누군가는 실패하는 판이다. 쫄리면 뒈지시든가.</p>

백민재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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