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

입력 2015-08-16 18:25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달마가 동쪽으로…' 이어 두 번째
정재영은 한국 첫 남우주연상


[ 유재혁 기자 ]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장편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인 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 등 2관왕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홍 감독은 3000여석을 가득 채운 현지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에 이어 두 번째다. 대상 트로피를 받은 홍 감독은 “고맙다”며 “배우 김민희 씨에게도 감사하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배우 정재영은 이 영화로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정재영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여자 배우로는 김호정이 2001년 이 영화제에서 ‘나비’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46년 출범한 로카르노국제영화제는 스위스 최대 영화제로 베를린·칸·베니스 영화제에 이어 유럽에서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 거장 스탠리 큐브릭, 밀로시 포르만, 천카이거, 구스 반 산트 등이 초창기 이 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고궁에서 처음 만난 영화감독과 화가가 서로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시간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관객은 상영 내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고, 상영 후에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재영과 김민희가 주연했고, 윤여정 기주봉 최화정 유준상 고아성 등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국내에서 다음달 말께 개봉할 예정이다.

국제영화제에 단골로 초대받는 홍 감독은 2013년 이 영화제에 초청돼 ‘우리선희’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201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이 지식인의 위선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 호평받은 이후 일상에서 자신의 잇속만 차리고 상대에게 상처만 주는 남녀 관계를 조롱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다.

과정을 신뢰하며 발견이 주는 힘을 믿는다는 홍 감독은 촬영 당일 시나리오를 쓰는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작법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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