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8개월째 '개점휴업'

입력 2015-08-14 19:02
200일 넘도록 거래량 전무
할당량 부족한 기업들 "사고 싶어도 매물 없어"
가격 오를 것 대비해 남는 배출권 안 내놓기도
과징금 폭탄 속출 가능성


[ 심성미 기자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장된 지 7개월 지났지만 거래량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매년 배출할 온실가스 양을 정해준 뒤 실제 배출량이 기준 할당량보다 적을 경우 남는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기업도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큰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장을 개설했지만 좀처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여일째 거래 ‘제로(0)’

14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지난 1월12일 개장된 이후 지금까지 거래가 형성된 날은 4거래일에 불과했다. 개장 첫날 1190t이 거래된 데 이어 13일과 14일, 16일에 각각 50t, 100t, 40t 등 1380t이 거래됐다. 이후 210일 넘도록 거래량은 ‘제로(0)’다. 배출권 거래가격은 t당 1만300원으로, 지난 4월23일부터 같은 가격에 머물러 있다.

업계 喚窩渼?“할당된 양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배출권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설했지만 배출권을 파는 기업이 없는 바람에 시장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개점휴업’ 상태인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기업들에 배당된 배출 할당량이 적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총량(15억9772만t)은 당초 기업들이 요구한 신청량(20억2100만t)보다 20% 이상 적다.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 잡음에 따라 모든 기업이 실제 배출 예상량보다 적은 양을 할당받은 탓에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눈치보기 게임’

배출권을 팔 수 있는 기업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공장 운영을 축소해 배출권이 남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 역시 ‘눈치보기’ 중이다. 올해 총 배출량을 예측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 배출량을 이론적으로 계산할 순 있겠지만 언제나 돌발 변수는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사리 배출권을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가 지나도 남는 배출권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해로 이월된다”며 “해가 지날수록 거래가격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배출권이 남더라도 쉽사리 팔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과징금 무는 업체 속출할까

정부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성적표’ 제출 시한(내년 6월30일)이 다가오는 내년 3월께부터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발전·철강업체 등 기존 할당량이 부족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배출권 거래 가격이 비싸져 결국 비용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전력업체 관계자는 “장외거래로 나오는 물량을 주시하면서 매물로 나오는 족족 구매하고 있다”며 “장외 거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출권을 팔 기업이 충분하지 않으면 내년엔 배출권을 사지 못해 과징금(시장 가격의 세 배)을 내야 하는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도 크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최악의 경우 과징금으로 인해 2017년까지 525개 대상 업체가 최대 27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정부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는 허용량을 판매하고,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할당 대상 업체는 석유화학업체 84곳, 철강업체 40곳 등 총 525개사로 이 가운데 502곳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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